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캐서린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에게 열아홉 번 차인 콜린의 이야기다. 이때 캐서린은 C도 K도 가능하다. 콜린은 영재다.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천재가 되고 싶어 한다. 어떤 단어를 듣거나 보면 애너그램을 본능적으로 한다. 이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 중 하나다. 이런 능력들은 타고난 것과 더불어 반복적인 노력에 의해서 갖추어졌다. 지역 퀴즈 게임에 나가서 우승한 전력도 있고, 그의 특성은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동안 그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웃사이드였다. 어릴 때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자라면서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친구 하산도 있고, 사랑하는 캐서린들이 있지 않았던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열아홉 명을 사귀었다고 하니 엄청난 것 같지만 단 몇 분짜리도 있다. 며칠짜리도 적지 않다. 마지막 K-19에게 차인 후 그의 삶은 엉망진창이 된다. 이때 친구 하산이 자동차 여행을 제안한다. 둘은 콜린이 사탄의 영구차라는 별명을 붙인 차를 타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 엉뚱하고 독특한 유머를 가진 하산과 실연의 상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콜린이 떠나는 것을 보고 로드 무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하지만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안신처란 표지판에 끌려 것삿 마을로 들어간다. 대공은 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의 시체가 왜 이런 마을에 있지? 의문이다.

 

이 마을에 도착해 가이드와 함께 대공의 안식처를 보려고 한다. 가이드는 또래의 린지다. 길을 가다 콜린이 넘어지고 다친다. 다행히 린지는 구급대원이 되고 싶어 해 콜린을 가볍게 응급조치한다. 놀라운 것은 콜린이 넘어진 후 하나의 공식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단 것이다. 자신과 열아홉 명의 캐서린에 대한 공식이다. 솔직히 말해 이 공식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좀 더 열심히 이해하려고 들여다보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부분에 집중하고 싶지 않다. 빨리 이 공식을 만들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가게로 돌아온 그들에게 린지의 엄마가 콜린의 정체를 알아챈다. 집으로 초대하고, 이들에게 주당 500불로 유혹한다. 콜린과 하산이 머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콜린 등이 하는 일은 린지의 엄마 회사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것을 녹음해서 가져오는 일이다. 이 마을 유일의 공장은 탐폰의 끈을 만든다. 이 공장을 다니거나 다녔던 사람들은 만족하고 있다. 린지가 그들을 찾아갔을 때 보여준 반응은 반가움과 친밀함으로 가득하다. 물론 린지는 살짝 이 일에 빠져서 콜린과 똑같은 이름의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 이 남친은 TOC로 불린다. 이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청춘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 코린의 과거사가 조금씩 이야기 속에 삽입된다. 물론 공식 작업은 계속 된다.

 

요약하면 밋밋할 수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와 유머 등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콜린과 하산의 대화는 농담과 유머로 가득하다. 하지만 둘의 대화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딩글베리’란 단어를 말하면서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않게 한다. 이 단어는 주로 콜린이 사용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하산도 사용한다. 린지와 TOC의 애정 행각은 청춘 영화에서 자주 보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린지가 못생겨 인기 없던 시절 이야기를 늘여놓고, 인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과 TOC를 자신의 남자로 만든 배경 등을 말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이 커플의 다른 면을 보게 된다.

 

소소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와 콜린에서 나오는 다양한 지식은 각각의 매력을 발휘한다. 사랑의 공식 부분은 예외다. 천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콜린과 늘어진 삶을 살고 싶은 하산과 자신의 마을에서 만족하며 살려고 하는 린지 등은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를 경험한다. 이 변화가 그들을 이전과 다른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어차피 인생은 빌어먹을 스노우볼 같은 거잖아.” 변화는 외부에서 일어나 내부로 전달된 후 다시 밖으로 표출된다. 뭐 다른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관계가 변화는 대목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유쾌하고 즐겁게 이끌고 나가는 것은 분명 작가의 필력이다. 언제 시간나면 부록을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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