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나 표지를 정확하게 보지 않으면 착각하기 딱 좋다. 이 착각은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관성 때문에 생겼다. 흔히 보게 되는 ‘공주는 왕자님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문장이다. 표지도 복장과 칼을 보고 당연히 왕자란 생각을 먼저 한다. 이런 생각들이 전통적인 성 고정 관념의 틀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만화는 이 틀을 산산조각낸다.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주가 다른 공주도 왕자도 구한다. 어떤 장면만 놓고 보면 황당하지만 작품을 재밌게 보는 데는 문제 없다.

 

첫 장면은 너무나도 익숙한 라푼젤의 탑에서 시작한다. 숲속에 어떤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다. 왕자 같은 복장을 한 아미라 공주는 이 소리를 듣고 탑에 간다. 세이디 공주는 비명 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왕자들이 자신을 구하려 했다는 냉소를 보낸다. 아미라 공주는 자신이 왕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갈고리를 던져 탑으로 올라가다 떨어질 뻔한다. 세이디 공주가 손을 잡아 겨우 올라간다. 그런데 내려갈 방법이 없다. 긴 머리카락이 없는지 묻는다. 세이디 공주는 자신이 라푼젤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높은 탑에서 내려갈 방법이 없는 것 같지만 곧 황당한 방법으로 탑에서 탈출한다.

 

이 둘의 모험이 시작된다. 하지만 마녀가 등장해 이들을 위협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마녀는 세이디 공주의 언니다. 아미라 공주는 수많은 왕자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무능한 이들과 결혼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 자신이 왕자처럼 옷을 입고 칼을 차고 모험을 떠났다가 세이디 공주를 구한 것이다. 이 둘이 모험을 시작하면서 나무에 매달린 왕자 한 명을 구한다. 영웅이 되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거인에게 놀라 도망친 왕자다. 왕자가 공주를 구한다는 기존의 틀이 다시 한 번 더 무너진다. 이런 반전들이 이후에도 이어진다.

 

거인을 물리치기 위해 공주 일행이 찾아간다. 모두 말 한 마리에 탄 채로. 외눈박이 거인이 집들을 부수고 있다. 용감한 공주가 가서 묻자 그는 춤을 추고 싶어한 것이다. 외모와 행동에 대한 선입견이 또 한 번 깨어진다. 공주들과 거인은 즐겁게 춤을 춘다. 이렇게 이 만화는 잔혹하고 무섭고 액션이 강한 장면보다 코믹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장면들이 더 많다. 무서울 수 있는 장면에서도 코믹하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킨다. 등장하는 작은 캐릭터들도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한몫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이 만화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공주와 왕자가 아닌 공주와 공주다. 많지 않은 분량에 귀여운 그림체와 함께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곳곳에 놓아둔 작은 반전과 고정된 성 역할 파괴가 긴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