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원숭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9
J. D. 바커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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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자가 버스에 치여 죽었다. 이런 놀라운 설정으로 도입부를 연다. 이 연쇄살인자는 희생자의 귀, 눈, 혀를 적출해 가족에게 보내고, 시체는 공공장소에 전시한다. 5년 동안 이미 일곱 명의 희생자가 있었다. 이 연쇄살인마의 별명은 4MK(네 마리 원숭이 킬러)다. 일본 닛코의 도쇼구에 있는 현명한 원숭이 부조에서 유래했다. 악을 보지고,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이런 연쇄살인마가 버스에 치였다고. 놀랍지 않은가. 이 시체가 가지고 있던 상자가 그를 4MK라고 추정하게 만든다. 검은 리본이 묶인 작고 하얀 상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4MK 전담반 형사 샘 포터는 이미 이 상자를 20개 이상 보았다.

 

이 상자 속에는 귀가 하나 들어 있다. 주소도 표기되어 있다. 부동산 재벌 아서 탤벗의 주소다. 이것은 탤벗의 가족 중 한 명이 납치되었다는 의미다. 집을 찾아간다. 아내와 딸 모두 무사하다. 탤벗을 찾아간다. 그도 무사하다. 그런데 그에게 혼외자식이 한 명 있다. 에머리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딸이다. 딸이 사는 집에 가니 아이가 없다. 그 아이가 납치되었다. 4MK가 죽었으니 빨리 이 아이를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탈수 등으로 죽을 수 있다. 단서는 시체의 몸에서 발견된 일기 한 권과 몇 가지 증거물품 뿐이다. 4MK 전담반은 버스에 치여 얼굴이 망가진 사람의 정체를 찾아내고, 납치된 아이를 찾아야 한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고 구성된다. 하나는 샘 포터 등을 내세운 현실의 시간 속 전개고, 하나는 연쇄살인마의 일기다. 현실 속 시간에서 포터나 에머리 등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장면이 전환되면 중심인물과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이 시간 설정이 은근히 독자를 압박한다. 읽다보면 ‘아직’과 ‘벌써’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 4MK가 죽인 희생자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 가족들 중 한 명이 엄청난 부정, 부패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것이다. 아서 탤벗도 범죄자란 의미다. 에머리를 찾는 것과 함께 탤벗도 조사해야 한다. 이 상황이 주어진 단서와 함께 급박하게 진행된다.

 

놀라운 연쇄살인마의 탄생을 알리는 일기는 또 다른 재미다. 처음에는 아이만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모도 만만찮다. 아니 부모가 아이를 그렇게 키웠다. 이 일기는 잔혹한 장면이 나온다. 엄마의 부정이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시작해서 살인이 펼쳐지고, 시체 처리와 사건 은폐 등이 이어진다. 이 모든 사건의 관찰자는 아이다. 옆집 포터 부인은 남편이 죽었는지 궁금해하고, 확신하고, 그녀도 갇힌다. 상황은 점점 꼬인다. 읽으면서 이 일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이 의문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과 함께 이 자체로 놀라운 스릴러가 된다.

 

현실과 일기가 교차하고, 포터와 에머리와 노튼 등의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 연쇄살인마가 과연 죽었을까 하는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탤벗이 저지른 악의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밝혀진다. 여기서도 반전과 반전이 이어진다. 스스로 자경단이 되어 악을 처벌하고 있다고 하지만 희생자들은 악을 저지른 범죄자의 가족이다. 그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단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기다. 긴박하고 위급한 상황 속에서 증거품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재밌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결코 재미와 여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4MK 시리즈가 두 권이나 더 나와 있다고 하니 빨리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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