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코드
설혜원 지음 / 지금이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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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 장르 소설 분야에서 추리를 다룬 소설보다 스릴러 소설들이 개인적으로 더 만족스러운데 이 작품집도 마찬가지다.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이야기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반전을 풀어내는 방식이 더 뛰어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클린 코드>나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이나 <자동판매기 창고> 같은 작품들은 사회 문제와 연결해서 통쾌함과 서늘함과 안타까움 등을 잘 느끼게 만든다. 개인의 문제를 다룬 <모퉁이>나 <셀프 큐브>나 <월광>도 모두 읽을 즈음이면 서늘함이 느껴진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메르피의 사계>는 하나의 은유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 <클린 코드>는 하나의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법조 비리를 다룬다. 성폭행 피해자는 자살했다. 의사, 변호사, 판사, 목사 등이 양심보다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생긴 사건이다. 이들은 최고급 선상 파티에 초대되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피고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이들이 지은 죄는 그 자식들이 벌을 받는다. 죽음부터 시작하여 정신적 처벌까지 단계가 나누어져 있고, 각 단계는 네 명이 가장 많이 지목한 사람부터 받는다. 작가는 이 무대를 연극처럼 만들어 놓고 그들의 변명을 풀어낸다. 한 편의 심리극이다. 한국의 법조 비리를 생각하면 이런 복수극이 조금은 이해된다. 작가의 자제가 조금 아쉽다.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은 읽으면서 104동 미화원 아줌마의 공간만 깨끗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벌이는 끔찍한 행위에 찬성할 수 없지만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난 후에는 우리 사회의 갑질이 어떤 식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상상하게 되었다. 을이 갑이 되어 또 다른 갑질을 하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자동판매기 창고>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엄마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 관계와 위선과 욕망들은 결코 소설 속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 내부에서도 착취가 이루어지고, 더 짜낼 것이 없을 때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둘째의 비아냥거리는 말과 적나라한 욕망 표출은 서늘하고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모퉁이>는 등단작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다루는데 극중 작가의 삽화와 현실과 꿈이 뒤섞여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다. <셀프 큐브>는 두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는데 이 이야기가 끝날 때 또 한 번 반전이 펼쳐진다. 사실과 거짓과 기억상실 등이 엮이면서 누가 범인인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어 조금 아쉽게 다가왔다. <월광>은 남편의 몰카 범죄 등을 알게 된 아내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것을 연결하고 의심한다. 그리고 어떻게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는지 말하는데 반전과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메르피의 사계>를 우리가 다녔던 학교와 사회에 대입한다면 어떨까? sf나 판타지보다 인간에 대한 고찰과 은유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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