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한 저자가 어떻게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었는지 알고 싶어 읽었다. 홈스쿨링의 결과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다. 모르몬교 광신도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맹신하며 엄마와 그녀와 그녀의 오빠들 이야기다. 세상의 종말을 대비하고, 정부를 믿지 않고, 이 때문에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는 부모다. 하나의 사건을 가족들에게 계속 말해 각인시키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람이 아버지다. 읽으면서 현대에 이런 가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현실은 언제나 있다. 괜히 평범하게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타라의 비망록이다.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열여섯에 처음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 그녀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담고 있다. 종말론 때문에 자신만의 방주를 지으려는 아버지의 욕망은 가족을 위험으로 몰아간다. 이 아버지의 독단과 뒤틀린 감정들은 두 번이나 가족 전체를 죽음 앞까지 몰고 갔다. 위험한 길을 엄청난 속도로 달렸고, 쉬지도 못하면서 생긴 교통사고다. 그들은 보험조차 없다. 병원도 믿지 않는다. 정말 위험해지면 병원에 가긴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조급증은 자식들을 위험 속으로 밀어넣는다. 실제 루크 오빠는 현대 건설 현장 등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안전수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절단기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읽으면서 불안감을 놓지 못했다.

 

처음부터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타라는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오빠 중에서 대학에 가는 사람이 생긴 것은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인데 이 오빠마저도 예방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준다는 대목은 아주 놀라웠다. 타라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이 가족을 아주 어렵게 떠난다. 그녀 속에 자리한 공포와 두려움과 외로움 등이 그녀가 새롭게 발견한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대학 생활 중 자신이 발전했다고 과대평가한 것을 반성하는 대목도 나온다. 제대로 돌아가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분을 신경 쓰지 못한 것을 지적한다. 이런 삶은 대단한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이 가족들은 언제나 돈에 쪼달린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제대된 장비가 없다 보니, 우연히 생겨도 사고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다. 병원에 가서 목숨을 구했지만 10년간 갚아야 한 빚이 생긴다. 타라가 대학에 들어가서 적은 돈에 불안해하고, 학업을 포기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그녀 개인 문제와 가족의 경제 사정이 겹쳐 있다. 치과 치료를 받는데 1,400불이 필요한데 이것도 없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다. 그녀는 정부의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어릴 때 받아온 음모론 때문에 몇 번 거부한다. 그 돈을 신청해 받았을 때도 자신이 필요로 한 돈보다 많다고 말할 정도다.

 

타라와 갈등을 일으키는 오빠는 숀 오빠다. 아주 폭력적이다. 그에게 여자들이 따르는데 그는 맹목적인 여성을 원한다. 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다. 물론 숀 오빠와 좋은 시간을 가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폭력성은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 어린 여자가 이 폭력 앞에 무력하게 노출된 상태다. 가족들이 돌봐야 하지만 엄마는 침묵하고, 아빠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엄마의 오일 사업이 성공하면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형제자매들은 부모에게 억매일 수밖에 없다. 타라가 부모의 품안에 들어가길 거부했을 때 일어난 사건들은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 못할 것이다.

 

공교육을 받지 않고 대학에 간 그녀가 경험하는 공교육의 현장은 온통 낯설기만 하다. 룸메이트의 복장이나 음식도 눈에 거슬리고 불편하다. 그때까지 평생 세뇌당한 삶을 산 그녀이기에 어쩔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이 학업을 따라가는 방식과 다른 과정을 그녀는 거쳐야 한다. 기초 지식과 상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험 보는 법도 제대로 모른다. 짧은 컨닝에 대한 기록은 그녀의 과거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사람보다 늦은 시작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온 길이 다른 학자들에게는 신선했던 모양이다. 좋은 교수들을 만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녀의 자아는 여러 번 바뀌었고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그녀는 이것을 교육이라고 부른다. 이 특이한 가족 이야기 속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의 의지와 용기와 열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