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집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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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의 작품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그의 작품을 찾아보니 몇 권 되지 않는다. 작가 모음집은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실제 출간된 그만의 작품은 얼마 없다. 아마 그의 이름이 익숙한 것은 재밌게 읽었고, 다른 곳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에세이 <난 공포소설가>를 포함하면 이제 4권이다. 읽지 않는 단행본은 세 권이다. 이렇게 숫자를 적고 보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진다. 늘 그렇듯이 이 약속은 장담할 수 없다. 읽겠다고 마음먹은 작품들이 뒤로, 끝없이 뒤로 밀린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끔 이 책들이 고물상으로 넘어가는 악몽을 빠진다.

 

공포소설가가 괴담을 수집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는 열다섯 편의 단편 속에서 처음과 마무리를 똑같은 문장을 사용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와 ‘물론 진실은 알 수가 없다.’가 바로 그 문장이다. 이 두 문장은 괴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들었지만 사실인지 알 수 없다는 구전 괴담의 특성 말이다. 이 괴담들은 입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변형이 일어난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 이상 이런 괴담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괴담집의 몇 편은 익숙하다. 읽다 보면 마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 예상을 뛰어넘는 마무리도 있다.

 

이 괴담집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귀신이 등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숫자로만 보면 귀신 등이 나오는 것이 훨씬 많다. 귀신이 배제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보통 사람이다. <룸메이트>, <보이스 피싱>, <옆집 사람>, <선한 사마리아인> 등이 대표적이다. <룸메이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룸메이트가 갑자기 조용해진 사항은 이해하게 되었지만 마지막 반전은 예상 밖이었던다. <보이스 피싱>은 업자에게 괜히 장난치고 욕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개인정보보호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가 잘 드러난다. <옆집 사람>은 흔한 스릴러 설정이고, <선한 사마리아인>은 괜히 나섰다가는 큰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는데 <화약고 근무>와 <어제 죽은 친구>가 그렇다. 군대와 학교는 대표적인 공동체 모임이고, 가장 흔하게 왕따가 일어나는 곳이다. 이 두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했지만 서늘함이 살아 있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습득물>과 <액운>이 있다. <습득물>은 지하철에서 발견한 돈다발 때문에 벌어지는 추악한 살인을 다루는데 뫼비우스 띠 같은 느낌이다. <액운>은 내 가족만 아니면 된다는 욕심이 꿈틀거린다. 작은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을 다룬 작품이 <아르바이트>와 <구제 옷>이다. 단기고수익알바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거나 싼 가격에 산 옷에 귀신이 찾아온다는 설정은 낯익다.

 

성폭행 등과 관계있는 작품은 <지하실>과 <죽음의 노래>가 있다. <지하실>은 과거 악행을 고백하는 부분이 충격적이다. 어쩔 수 없는 고백이라고 하지만 이 뒤가 궁금하다. <죽음의 노래>도 고백이라 장치를 사용한다. 미신이라고 믿고 행동하는 화자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날 때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방문자>는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공포물인데 그 정체를 알 수 없음이 무섭다. <초인종>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존재가 부정확하다. <절대 검색해서는 안 되는 단어>는 보면서 <링>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단어가 궁금한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 이 열다섯 단편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숨에 읽었다. 분량이 많지 않았고, 낯익은 듯 낯선 이야기가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이야기 하나 하나의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나처럼 늦은 밤 서늘하게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만약 한 편 한 편 완성도 있는 단편집을 원한다면 조금 아쉽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의 글에서 임의적으로 분류해 간단한 감상을 달았는데 누군가는 이 단편 속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모습을 찾아내어 다른 해석으로 나아갈지도 모르겠다. 착해서 당하는 인물들은 언제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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