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도 -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 페러그린 시리즈 4
랜섬 릭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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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네 번째 이야기이다. 앞의 세 권은 읽은 적이 없다. 영화로 나왔다는 것도, 그래픽노블로도 나온 것을 알고 있다. 오래 전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주 두툼한 세 권짜리 시리즈는 솔직히 요즘은 도전하기 쉽지 않다. 그러다 새로운 이야기란 말에 혹했다. 이 책으로 시리즈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전편에 대한 궁금점이 강해지고, 이 책부터 읽어도 작품을 따라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음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기대하게 된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들은 예고편 등에서 봤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몇몇 캐릭터는 영화 속 이미지가 살짝 따라왔다. 하나의 사건이 끝나면서 완결된 시리즈로 생각한 것이 새로운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성공한 작품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다면 이것은 더 쉽다. 전작을 모르니 소설 속 이야기만으로 앞의 이야기를 짐작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연속성을 가지지만 전작에 속박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이 부분에서 성공했다. 전작을 몰라도 재밌고 빠르게 이 책을 완독했기 때문이다.

 

제이콥은 정신 나간 아이 취급을 받으며 정신병원에 끌려갈 위기에 처했다. 이때 페러그린 원장과 이상한 아이들이 나타나 구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앞부분이 조금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들의 능력도 모르고, 왜 제이콥이 정신 나간 아이 취급 받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루프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오면 보통 이상한 아이들은 급속하게 나이를 먹는데 이들은 십 대의 모습으로 하루씩 나이를 먹는다. 과거의 시간 속에 박제된 채 살던 아이들이 현재에 와서 마주하는 풍족함과 발전 등은 그들에게 이상한 세계다. 과거와 현재가 충동하는 장면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이것은 루프 속에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들과도 관계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자 한 제이콥이 할아버지의 집에서 발견한 지하 비밀 창고와 그가 남긴 업무 일지와 지도들은 새로운 모험으로 이끈다. 이번 책은 할아버지가 미국 대륙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와 관련 있다. 업무 일지는 그것을 알려주고, 할아버지가 남긴 조그마한 단서는 할아버지 동료와 연락하게 만든다. 그는 바로 H이다. H와 만나는 과정도 쉽지 않고, 이 만남은 새로운 모험 속으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이끈다. H의 시험은 제이콥의 새로운 삶과 이어져 있다. 친구들과 함께 이 모험에 뛰어 들어간다. 그 첫 번째 지역이 플로리다다. 제이콥과 친구들은 이 여행을 페러그린 원장 몰래 하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청춘 소설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전 3부작을 읽지 않아 낯선 부분은 이들이 현대 무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흔한 판타지라면 총을 맞아도 이상이 없어야 하는데 이들은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일 뿐이다. 이 특수한 능력이 상황에 따라 그 힘을 아주 크게 발휘하지만 바로 앞에서 총을 든 사람을 만나면, 그 총에 맞으면 무력하다. 그리고 제이콥의 능력은 물리적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주 취약하다. 육체적으로 아직 청소년이고, 그의 능력이 일반 사람들이나 이상한 사람들에게 물리적 타격을 줄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위기 상황에서 그의 친구들이 큰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모험 중에 제이콥과 엠마의 사랑 전선에 살짝 문제가 생긴다. 엠마는 제이콥의 할아버지 에이브와 한때 사랑했던 사이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시간 흐름 속에 산 사람과 박제된 시간 속에 산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제이콥은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설정에 따르면 이전 3부작은 유럽 대륙이 배경이었고, 새 시리즈는 미국 대륙이 배경이다. 왠지 모르게 제대로 된 통치권이 없는 무법 시대의 과거를 끌어들인 것이 서부 시대를 연상시킨다. 어쩌면 갱들의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제이콥이 임무 수행 중 마주하는 현실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물론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 시리즈를 더 깊이, 더 잘 이해하려면 이전 3부작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는 기다려진다. 마지막에 던진 떡밥이 아주 강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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