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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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호평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 구해놓고 바로 읽지 않는 것은 나의 나쁜 습관인데 이 책도 그랬다. 작년 조국 법무장관 사태 시절 검사가 쓴 책이란 부분 때문에 솔직히 조금 마음이 멀어졌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나쁜 작용을 한 것이 있는데 이전에 검사 출신의 에세이를 읽은 것이다. 이때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가 당연한 듯이, 자랑스럽게 적은 내용이 나는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이런 마음을 씻어낸 데는 다른 저자의 글을 읽고 나서다. 바로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민섭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검사내전>이란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왠지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부쩍 생겼고, 그 덕분에 매일 조금씩 읽게 되었다.

 

김민섭의 글에서 글을 잘 쓴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실이다. 김웅 검사는 글을 잘 쓴다. 그것도 상당히 재밌게 쓰는 능력이 있다. 앞의 세 꼭지는 자신이 18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묶어 놓은 것이다. 사기 공화국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사기꾼은 목숨 걸고 뛴다.”는 대목이다. 법을 알게 되면서 그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그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알고 보면 뻔한 이야기로 어떻게 사람들의 욕심을 부채질하고 그들의 무엇보다 소중한 돈을 갈취하는지 보여준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폭탄 돌리기 이야기도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인한 사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지옥 속에 살게 된 수민 씨 이야기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돌아봐야 한다.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경찰들에게 알려진 이야기의 이면을 말한다. 우발적으로 아이를 살해한 남편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쓴 아내나 고소 왕이 되어 지역 경찰과 검사들을 두렵게 만든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가해자가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위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년 범죄에 대해 아이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고 한 부분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야 하고, 가해자는 남는다. 한 판사의 아름다운 연설을 삐딱하게 본 글은 검사의 시선이 깊이 개입해 있지만 현실적 판단이다. 언제부터인가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검사의 사생활에서 그는 자신을 당청꼴지 또라이 검사라고 말한다. 검사란 조직 속에서 상명하복을 절대적으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와 판사의 황당한 내기에 그가 대처한 방법은 구식 권위주의에 대한 작은 반항이다. 그가 등산 일정을 짤 때 은밀한 반항심을 담은 것이나 검사장의 고향에서 체육회 등을 열 때 말한 내용은 결코 조직순응적인 인물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검사 생활이 추리 소설 속 탐정들과 다르다고 한 대목은 현실 수사의 한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 사건 현장에 나가는 검사도 드물다고 하지 않는가. 속독법이란 마공을 읽혀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속독법으로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읽겠다는 나의 욕망을 단숨에 꺽어 놓았다.

 

법의 본질을 다룬 꼭지는 검사의 시선을 많이 담고 있다. 현행 법제도나 절차의 문제점을 하나씩 표현하고 있는데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법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쟁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한 장을 할애한 판사에 대한 질타는 읽으면서 동의하는 마음보다 검사의 문제에 대한 지적은 왜 없는가 하는 반발을 불러왔다. 아마 자신의 직장 비리를 까발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목민관이 아니라 본질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개혁의 일각을 가장 처참하게 짓밟은 것도 역시 검찰이다. 물론 그의 글대로라면 형사부검사들이 모두 책임질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형사 사건에서 전관예우란 이름으로, 불기소처분으로 검사들이 한 행동에 대한 비판과 반성과 제도 개혁을 말하지 않는다면 남탓만 하는 것일 뿐이다. 검사의 시선들이 잠시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잘 썼고, 재밌고, 웃기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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