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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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작품이다. 이전에 <레몬>이란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다. 출판사도 번역자도 지금과 다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혹시 집에 <레몬>이 있는가 하고 찾아보니 있었다. 전체를 비교하지 않았지만 두 번역자의 번역본을 비교할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간을 가졌다. 원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한 것이라 간단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호하는 형용사의 차이였다. 하지만 편집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레몬>은 원작의 제목을 바꾸었고, 각 장의 제목을 별도로 붙였다. 반면에 <분신>은 극중 두 여성의 장에 번호를 매겼다. 목차를 보면 이해하기 더 쉬운 쪽은 구판본이다. 당연히 활자 크기나 책 분량에서도 차이가 있다.

 

1993년이면 모르겠지만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클론은 그렇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구판본에서 황우석 사태와 비교해서 역자가 글을 쓴 것이 있는데 처음 출판 당시 그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시기였다. 여성의 난자 채취 문제를 이 소설에서 지적하고 있는데 한국은 국익이란 이름으로 참 많은 여성들을 희생시켰다. 이런 부분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과학을 다룬 초기 작품들은 지금도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구성은 말할 것도 없다. 두 주인공 마리코와 후타바가 번갈아 가면서 등장해 자기 존재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들이 언제, 어떻게 만날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홋카이도에서 자란 대학생 우지이에 마리코와 도쿄에서 자란 대학생 고바야시 후타바는 서로를 모른다. 마리코의 시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자신의 성장과 가족의 비극으로 문을 연다. 후타바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간 방송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몰랐다. 마리코는 집에 화재가 난 사건의 원인을 알고 싶어하고, 도쿄로 아빠의 과거 대학을 찾아간다. 표면적으로는 아빠의 반생기를 쓴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화재 사건의 원인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모와 전혀 닮지 않은 자신의 외모와 자라면서 엄마가 보낸 시선의 의미 등도 알고 싶다. 그런데 자신의 얼굴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생긴다.

 

후타바는 방송에 나간 후 집안에 이상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엄마는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차에 치여 죽는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타살 가능성이 높지만 수사는 종결된다. 이때 엄마에게 신세를 졌다는 남자가 나타난다. 잡지사 기자라고 하면서 그녀 주변을 맴돈다. 수상하다. 엄마가 남긴 물건을 정리하다 이상한 신문 스크랩을 발견한다. 한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 대한 기사 모음이다. 왜 이런 기사들을 모았을까?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 이쯤에서 조금씩 음모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그 첫 번째는 엄마의 지인이라는 의사가 그녀를 훗카이도로 초대한 것이다. 마리코가 도쿄에서 과거의 흔적을 뒤좇는 것과 대비되는 설정이다.

 

마리코와 후타바의 조사에 도움이 되는 두 인물, 시모조 씨와 와카자카 고스케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선의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의도가 조금씩 드러난다. 이들의 도움은 두 주인공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끊어질 수도 있는 조사의 끈을 계속 이어주기 때문이다. 이 도움과 두 주인공의 완전한 닮은 모습 덕분에 서로 오해를 산다. 마리코는 후타바로, 후타바는 마리코로 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닮은 존재를 알게 된다. 어떻게 출생했는지도. 후타바를 훗카이도로 초대한 이유도 나온다. 긴장감 있는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으로 가면 조금 느슨하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예상과 너무 다른 마무리다. 하지만 이 결론에 오기 전까지 각 장이 바뀌면서 단서를 조금씩 던져주고, 풀어내는 설정은 아주 뻔하지만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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