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면 어느 인문학 서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법학자 안경환, 영문학자 김성곤 두 교수가 36편의 영화와 20편의 소설 속에서 들여다보고 발견한 폭력과 정의를 이야기한다. 아쉬운 것은 내가 이 영화나 소설을 모두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저자의 이 책은 서울대학교 <법과 문학과 영화> 강의에서 다룬 것 중에서 발췌해 두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집필했다고 한다. 안경환의 글 상당 부분이 이전에 출간된 내용에 가필했다고 하는데 그 제목이 낯익다. 아마 한참 영화를 보던 시기에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법의 이면, 정의와 편견, 사회와 사람 등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글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볼 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작품들의 해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기발한 오락영화 정도로 생각했는데 법학자의 눈에는 다른 설정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만약 다시 이 영화들을 본다면 나에게도 이런 설정이 눈에 들어올지 궁금하다. 미국법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야기 중 로비스트와 배심원제도 부분은 결국 제도보다 사람이란 기본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법이 진실의 편인지, 법망을 빠져나가는 악인들을 다룬 부분도 한국의 현실에 대입하면 결코 좋은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정의와 편견을 다룬 이야기에서 다시 정의를 생각하게 된다. 강요된 정의라는 문제와 나만 정의롭다는 독선이 주는 위험은 언제나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뮌헨>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정의의 집행과 그 피해를 다룬다. 정의의 집행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그냥 무심코 보아 넘길 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껴안는 시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엽기적인 그녀>를 여성 편견의 종언이라고 한 부분도 흥미롭다. 내가 읽었다(?)고 생각한 <빌러비드>를 다른 방송에서 들은 후 이 장을 읽으니 또 다른 흑인 노예의 삶이 눈에 들어온다. 토니 모리슨의 작품 몇 편을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그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와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코믹 액션 정도로 생각한 <레드 히트>를 냉전시대를 녹이는 우정으로 표현한 부분도 재밌지만 신천군 사건을 다룬 황석영의 <손님>은 묵직한 의미를 던져준다. 3부에서 앞부분이 냉전과 냉전의 가장 큰 피해국 중 하나인 한국의 상황을 많이 풀어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괴물>도 분단과 미국 주둔 때문에 생긴 사건 아닌가. 그리고 3부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작품들을 봤다.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경우 아주 재밌게 본 소설이지만 한 사회의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세력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문제점에 대한 다른 시선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작품을 다루다 보니 모든 작품에 대한 글을 쓰기는 힘들다. 두 교수의 모든 주장과 해석에 동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들이 들여다보고 분석하고 풀어낸 이야기들은 그 분야에 낯선 사람들에 새로운 시선을 던져준다. 그리고 사회 현상을 영화나 소설이란 매체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부분은 가독성을 높여준다. 이 책의 부제인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은 이 책에 딱 맞다. 안경환의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은 예외 없이 법 이야기”임을 지적한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내가 읽고 본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본다는 것은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준다. 다른 영화나 소설 등도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