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늑대
멜빈 버지스 지음, 장선환 그림, 유시주 옮김 / 만만한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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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늑대의 생활방식과 습성을 다룬 책을 읽는 적이 있다. 우리가 동화나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던 늑대와 너무 달랐다. 어느 정도 늑대에 대해 안다고 생각해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책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았다. 책 정보를 검색하다가 이전에 번역된 책에 달린 학생들의 감상문과 저자를 몰랐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작가는 재밌게 본 영화 <빌리 엘리엇>의 원작자고, 학생들의 감상문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글이었다. 그리고 영국에서 오래 전 늑대가 멸종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작가는 멸종된 것을 파악된 늑대들이 생존해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영국 남부 한 조용한 마을에서 벤은 아빠의 공기총으로 사냥을 하려고 한다. 그때 그 앞에 한 남자가 나와 벤의 공기총으로 멋지게 사냥한다. 그는 사냥꾼이다. 벤은 그에게 어떤 동물을 사냥했는지 묻다가 자기 동네에 늑대가 있다는 말을 한다. 이미 오백 년 전에 영국에서 늑대는 멸종되었다. 이 사실은 비밀인데 아이는 실수로 말했다. 이 사냥꾼은 늑대를 잡으면 한 마리 줄 것과 이 총으로 늑대를 쏘지 말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늑대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그의 곁에는 충실한 사냥개 제니가 있다. 며칠 만에 몇 마리의 늑대를 잡는다. 그가 바란 것은 늑대를 멸종시키고, 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사냥꾼의 잔혹하고 끈질긴 늑대 사냥은 시작된다.

 

이 사냥꾼 때문에 늑대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늑대들의 필사적인 도주는 이 사냥꾼의 끈질긴 추격에 하나씩 무너진다. 그들의 기억과 경험 속 흔적 지우기는 점점 무력해진다. 마지막으로 실버와 코나 등이 있는 무리가 있을 뿐이다. 실버는 임신한 상태다. 이 무리는 사냥꾼을 계속해서 피해 다녔다. 실버가 세 마리를 낳았는데 샤냥꾼은 잔인하게도 새끼들을 죽인다. 다행히 실버가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난다. 이들이 숨은 곳이 바로 벤의 아빠 농장이다. 상처 입은 실버는 벤 가족이 돌봐 겨우 살게 되지만 사냥꾼은 결코 사냥을 멈출 마음이 없다. 이때 살아남은 새끼 늑대의 이름이 그레이컵이다.

 

벤 가족의 보호도 은밀하게 다가온 사냥꾼의 손길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다. 야성의 세계로 돌아간 실버 가족은 사냥꾼의 사냥감이 된다. 그레이컵이 사냥꾼 손에 들어간다. 잔인한 사냥꾼을 그레이컵을 실버 등을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고 한다. 어린 그레이컵은 농장의 개들 사이에서 자란다. 농장주는 그레이컵을 개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란 그레이컵은 다시 제니와 함께 머문다. 실버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이때 제니와 그레이컵 사이에 유대감이 생긴다. 하지만 실버가 자신의 새끼를 구하려고 오면서 상황은 바뀐다.

 

이 소설 속 늑대들은 단 한 번도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코나가 사냥꾼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사람을 죽이면 무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본능 때문에 상처 입히는 수준에 멈춘다. 늑대는 들쥐나 토끼를 잡아먹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많은 무리가 아니라면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설정이다. 멸종 직전의 늑대를 보호하려는 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노력은 확대되지 않고 그 마을에 머물 뿐이다. 그들의 공간을 벗어난 늑대는 언제나 사냥꾼의 사냥감이 된다. 늑대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아니면 동물원 우리에 갇혀야 한다. 홀로 성장한 그레이컵이 쫓고 쫓기는 관계를 바꿀 때 쫓기는 자의 공포가 인간에게도 나타난다.

 

소설 속에 인간의 바람과 늑대의 본능이 충돌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개처럼 길들이길 바라는 벤 아빠의 생각은 그레이컵의 본능에 너무 쉽게 무너진다. 늑대의 자존심은 벤의 부탁으로 사그라든다. 자신들의 농장에서 머물기 바란 것과 달리 늑대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사냥꾼의 허영과 욕망은 결국 자신에게 화로 돌아온다. 결코 많은 분량이 아니라 빠르게 읽을 수 있고, 상당히 재밌다. 마지막에 실린 서평 속 분석과 해석은 이 작품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예전에 읽었던 책 덕분에 늑대를 마냥 위험하게만 그린 소설이나 영화 등이 불편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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