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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2004년 일본에서 발간된 <칠드런>의 후속작이다. 솔직히 말해 <칠드런>을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한참 일본 소설들을 읽고 있던 시기고, 몇몇 작가의 작품들을 뒤섞어 읽던 시기라 더욱 그렇다. 저질 기억력 탓도 있겠지만 아마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생각한다. 책은 책장 어딘가 분명히 있을 테지만.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니 아직 읽지 않았지만 집에 모셔둔 작품들과 읽을까 고민하는 작품들이 무수히 나온다. 상당수의 작품들은 재간되어 나왔고, 나오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 당시 사지 못한 절판본을 살 수 있는 기회니까.
전작을 읽지 않아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 작품 속에 전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어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간극이 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바뀌었다고 하니 나중에 <칠드런>을 읽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뭐 이렇게 말해놓고 읽지 않은 수많은 소설들을 생각하면 조금 머쓱하다. 전작이 진나이의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중심이라면 이번에는 소년 범죄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처음 도입부 등을 보면서 조금 혼란스러웠던 이야기가 끝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사실 최근에 이런 방식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다. 여러 권을 함께 읽고, 한 번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책 읽기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독서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전에 한 번 들고 끝까지 읽던 시절과 분명히 다르다. 물론 이렇게 읽는다고 해서 이해를 잘 한 것은 아니다. 이 소설도 며칠 걸려 읽었는데 앞부분에서 조금 헤맸다. 혹시 읽었는지 과거를 돌아보고, 진나이라는 캐릭터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소년 범죄자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연관성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둘은 별개의 사건이다. 무면허 난폭 운전으로 지나가던 사람을 차로 치어 죽인 다나오카 유마 사건이 중심이지만 ‘죽어’란 공포 메시지를 보내고 자수한 오야마다 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토는 이 두 소년 범죄의 담당이다. 등교거부학생인 오야마다 순에게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보낸 메시지는 모두 인터넷 등에서 누군가를 협박하거나 살해 등을 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에게 갔다. 그가 어떻게 개인정보를 얻게 되었는지 말하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의 허점을 잘 보여준다. 사회 곳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분노와 증오의 글들을 보면서 실행 가능성을 파악하는 그의 능력은 사실 대단하다. 실제 그가 예상한 일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예방하는데 무토와 진나이의 활약이 있었다. 뭐 그렇게 멋진 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위험을 막은 것은 분명하다.
이야기의 핵심인 다나오카 유마가 행인을 치어죽인 사건은 유마의 과거와 연결된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었고, 초등학교 친구도 자신과 같은 소년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다. 무토는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말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토로한다. 작가는 이 소년 범죄를 무비판적으로 다루지 않고, 이 죄가 얼마나 한 사람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진나이의 섬세하지 않은 말투에는 소년 범죄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쉽게 면죄부를 주지 않고 그 사건의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문제가 되는 사건을 볼 때 평면적으로 보는 문제에 대한 반론이다. 쉽게 흥분하고 욕하지만 두 사람의 삶이 걸린 문제란 것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까지 생각이 더 나아가지 않는다.
소소한 이벤트와 과거 사건의 당사자가 등장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고 꼰다. 유마의 친구가 죽은 사건의 소년 범죄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고, 그 삶의 무게도 말한다. 진정한 반성이 얼마나 힘든지도. 물론 반성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두 제대로 반성하면서 살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까지 진나이가 관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나이는 무심한 듯, 귀찮은 듯, 황당한 듯 말하면서 누구보다 진한 근성과 열의를 가지고 있다.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다. 소년 범죄의 위험성과 잔혹성만 부각한 소설과는 차별점이 분명하다. 또 다른 관점에서 소년 범죄를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재밌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