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과 자주 헷갈리는 작가가 한 명 있다. 조조 모예스다. 이 책 이전에 두 사람의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데 왜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아마 로맨스 소설가라고 착각하고, 자주 가는 카페에서 두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 리안 모리아티가 미스터리 소설을 쓴다는 글을 보고 뒤늦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워낙 두툼한 분량이라 <허즈번드 시크릿>을 사놓고 묵혀만 두었다. 물론 이 책의 분량은 그 책을 넘어선다. 요즘 왠지 두툼한 책이 부담스럽다. 책 읽을 시간이 점점 줄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장르상 추리 미스터리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전작들의 엄청난 성공을 떠올리면서 어떤 작품일까 기대도 많이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추리, 미스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과연 추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로맨스 소설이고 하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약간의 스릴러 요소가 있는데 긴장감을 엄청나게 고조시키는 구조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단 한 명도 죽지 않는다. 스포일러인가? 소설 중 프랜시스의 말이 떠오른다.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홉 명의 남녀가 최고급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에 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한때 로멘스 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프랜시스, 복권 당첨으로 인생이 바뀐 벤과 제니퍼, 자살한 아들 때문에 고통받는 나폴레옹, 헤더 부부와 딸 조이, 험악한 외모를 가진 50대 중년남 토니, 네 딸의 엄마이자 자신이 뚱뚱하다 생각하는 카멜, 지나치게 잘 생긴 외모의 이혼 전문 변호사 라스까지 모두 아홉 명이다. 이들은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완벽한 타인들이다. 작가는 이 아홉 명과 휴양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섞고, 숨겨진 아픔과 비밀을 하나씩 밝히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순간 강하게 빠져든다.

 

로맨스 작가 프랜시스는 인터넷 연애사기를 당하고, 신작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최악의 서평에 상처를 받았다. 천성적으로 활발하고 순진한 그녀는 이 생각에 고통 받는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휴양지는 술과 인스턴트 음식 반입을 금지한다. 당연히 스마트폰도 사용불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놓인 아홉 명은 묵언을 강요받고, 스무디 음식을 먹고, 필요하면 마사지를 받고, 태극권을 수련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 평범한 휴식은 휴양지 원장인 마샤의 놀라운 계획에 의해 하나씩 깨어진다. 그녀는 휴양지에 들어온 사람들의 영혼을 뒤흔들고, 완벽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 완벽히 새로운 경험이 위험하다는 점이다.

 

스릴러 요소가 강하게 부각되는 순간에도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그렇게 고조되지 않는 것은 프랜시스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에 크게 한 방한다. 프랜시스보다 나의 시선을 끈 인물은 나폴레옹 가족이다. 쌍둥이 중 아들 잭이 죽은 후 이 가족은 영원한 고통 속에 빠졌다. 전날까지 문제없었다고 생각하고, 아침에 쓰레기까지 버린 아들이 자살한 것이다. 이 가족 세 명은 스스로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괴로워한다. 아빠는 알람에 바로 일어나지 않은 것을, 엄마는 천식 약의 부작용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을, 딸은 쌍둥이 오빠의 이상함을 아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자책한다. 가족 내에서 억압된 감정은 대화와 감정의 교류가 사라진 채 함께 견디는 것으로 변한다. 자식을 잃는다는 상실감을 절절히 느낀다.

 

작가는 이렇게 아홉 명의 손님과 마샤 등의 과거와 현재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뒤흔들었고, 뒤흔들고 있는 사항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당연히 이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내가 스릴러라고 느끼지 못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결과들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유쾌하게, 무겁게, 서늘하게 엮어낸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능력이다. 왠지 모르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게 생각보다 빠르게 달려갈 것 같다. 아니면 신작이 나오면 위시리스트에 올릴지 모르겠다. 음, 읽을 책이 점점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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