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연인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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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전경린의 소설을 읽었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까지 그녀의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왠지 모르게 그 당시 읽었던 여성 작가들의 소설들을 최근에 거의 읽지 않고 있다. 나의 관심이 한국 소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있지만 그들의 심리 묘사가 어느 순간 나에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질렸는지 모르겠다. 다른 장르 문학을 더 읽게 되면서 뜸해졌고, 이 뜸한 사이에 읽게 되는 한국 문학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작은 취향의 변화가 지금도 이어져온다. 그래서인지 요즘 한국 소설가의 작품에 많이 무지하다. 사놓은 책도 예전처럼 많지 않고. 이런 기억들과 함께 읽은 이 소설은 좋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니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묵혀둔 책들도 꽤 보인다. 언젠가 읽겠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 소설의 기억 속으로 돌아간다. 메모한 곳을 보니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의 사랑’이란 글이 보인다. 작가가 쓴 글을 메모한 것이다. 이중이란 제목을 보고 양다리를 생각했지만 실제는 아니다. 처음 이열이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이런 착각을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수완이 빠진 남자는 황경오란 이혼남이다. 방송 PD이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2년 전에 한눈에 반했던 남자다. 이열과 연인 사이가 되기 전 황경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감정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서로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다. 수완의 방으로 찾아오던 그에게 방을 보여달라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의 방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방은 황량하다. 하지만 이 방을 방문한 후 황경오의 전처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이 협박은 그의 과거를 알고 싶게 만들고, 이 알고 싶은 마음이 황경오의 분노를 산다. 서로가 생각하는 지금의 차이가 충돌한다. 전처가 허언증이 있다고 말하는 그를 전적으로 믿으라고 하지만 무서운 협박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균열은 이렇게 조금씩 쌓이면서 점점 벌어진다. 이 둘을 묶어 줄 다른 공통 관심사가 없다보니 더 커진다.

 

이열과 처음에 잘 되지 않은 것도 한 여배우의 울음과 오해가 겹친 탓이다.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밟다가 순간의 사랑이 끼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열은 이 어긋남을 옆에서 지켜본다. 수완에게 문을 열어두라고 하면서. 이 기다림은 수완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그의 과거 하나가 드러났을 때 수완이 받은 생각은 또 어떤가? 이 어긋남을 바로 잡는 것은 두 사람의 감정선이 이어져 있고, 열어둔 마음 덕분이다. 작가는 이 상황을 섬세한 감정 묘사로 풀어낸다. 이성과 감정의 차이가 순간 폭발하는 순간도 있다. 현실에서 사랑은 더 감정적이다.

 

30대 잡지 기자의 삶에 홀로 된 엄마와 자격증만 따는 동생이 덧붙여진다. 엄마의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이자 일부를 대납해야 한다. 사랑의 또 다른 현실은 이렇게 우리를 옥죈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까지 갔을 때 마주한 현실은 이런 가정사가 문제였다. 남자는 여기서 너무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었다. 현대 남자들은 현실적이다. 사랑의 아픔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 둘 있다. 하나는 황경오의 죽음을 마주한 수완이고, 마마의 죽음을 곁에서 지킨 이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슬픔은 어느 순간 가장 익숙한 감정이 된다는 문구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오는 소설인데 왠지 모르게 밝음보다 회색빛이 더 강하다. 중심이 비어있는 사랑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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