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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한국형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모조 사회란 제목을 보고 모조품 같은 사회를 떠올렸다. 그런데 모조가 사람의 이름이다. 이 시대는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따 사회 이름을 짓는다. 사회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그 사회의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모조는 기존의 최고 권력자 후손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진 퀸과 함께 나타나 그 사회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 인공지능의 이름은 퀸이고, 모조 사회는 퀸의 관리 아래에 놓여 있다. 물론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이다. 마지막에 도달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이르지만 말이다.
소개글과 다른 시작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수가 쇼핑몰 붕괴 사고 후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고 했지만 첫 이야기는 용병 출신인 건으로 시작한다. 건, 탄, 수. 이렇게 3명의 이야기가 나온 후 지진으로 이들은 낯선 공간에 갇힌다. 처음에 건이 마주한 공간과 장면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수가 건을 구해준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몸이 건강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것은 수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홀로그램 영상들이다. 편집된 영상이라고 하지만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읽으면서 머릿속을 스쳐간 영화가 두 편 있다. 한 편은 <매트릭스>고, 다른 한 편은 <공각 기동대>다. 은수의 아버지가 연구하고 개발한 두뇌 업로딩 기술은 <공각 기동대>의 전뇌와 비슷한 것이다. 이 실험이 과거의 인격을 현재 속에서 깨운다. 건은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물이다. 이 모조 사회의 권력자들은 이 기술을 통해 영생을 누리고자 한다. 은 박사의 개발을 둘러싸고 의장과 총수가 은밀히 뒤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런 권력 현실 속에 은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한다. 그녀의 능력은 모조의 새도우를 깰 정도다.
<매트릭스>처럼 이 사회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식하는 사회의 모습과 현실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다. 은수 등을 구한 공동체 사람들이 지하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보여줄 때 이것이 가장 잘 드러난다. 수와 건과 탄이 모듈사회에서 인식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려준다.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매트릭스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랄까. 또 약을 먹고 현실을 깨닫지도 않는다. 인간의 뇌 인식을 통한 교묘한 조작이다. 작가는 이 상황을 보여주면서 너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진짜인지 어떻게 아는지 묻는다.
수를 구한 공동체의 놀라운 과학 기술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최상의 보호구와 의상과 이동 기구를 탄생시켰다, 옷도, 전투 장비도, 이동 장치도, 통신도. 보호 장비도 이 나노 윙으로 해결된다. 인간의 의지가 이 장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지만 기계 자체가 인간을 한계까지 보호한다. 이 장비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려주는 상황들이 많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상당히 부러웠다. 이런 기술이 현실에서 상용된다면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이 공동체의 구조와 운영 방식도 흥미로웠다. 과학의 발전과 정치가 이상적으로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모조 사회에서 수 등이 살고 있다고 느낀 모듈의 설정 시대를 2000년대 초반으로 잡은 것은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다. 인간들의 끊임없는 권력욕과 금력의 결합이 어떤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극단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300년 전 대재난이 소멸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바이러스를 개발한 단체가 해독제 기록을 잃으면서 인류는 절멸의 길을 걷는다. 물론 이 기록을 잃게 된 것이 자신들의 의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획책했던 일들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그 바이러스가 변종해서 지구의 동식물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동체 사람들이 사는 곳도 이런 환경에서 바뀐 숲 속이다.
작가는 인간의 기본 본성을 결코 선하게 보지 않는다. 곳곳에 인간의 배신을 집어넣어 인간의 본선을 회의적으로 본다. 처음에는 그렇지 하다가도 계속되는 배신의 모습에 이 설정을 어떻게 봐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권력자들의 권위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사의 시대가 어떻게 열렸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잔혹한 현실의 이면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수와 관련된 기억을 재생되면서 잘 드러난다. 디스토피아 소설보다 더 씁쓸하고 잔혹하게 다가오는 작가의 시선이다.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공간이 사라지는 설정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편리함의 이면과 공포에 대한 설명은 이 책 속 사고 실험 중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 몇몇 아쉬움이 있지만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