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대로 탐정 집안에서 태어난 탐정 전일도, 그녀는 생계형 탐정이다. 불륜탐정이었던 할아버지가 탐정은 일도 가정도 놓치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이 남매를 오빠는 가정, 동생은 일도란 이름을 붙였다. 처음 제목을 보고 주인공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이 이 이름으로 주인공 활약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진짜 놀라게 되는 것은 일도가 활약하는 아홉 편의 단편들이다. 마지막 열 번째 작품 <용꿈이면 면천이라>는 전 씨 집안의 선조 이야기다. 솔직히 마지막 작품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처음에 살짝 적응이 필요했다. 약간의 번외편이라고 해야 할까.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작가는 등장인물을 재활용한다. 시간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음 작품에서 전편에 등장한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방점을 찍은 것은 <우리들의 미래>란 단편이다. 이 작품은 정말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현재와 미래를 담고 있다. 미래란 여성이 취업에 실패하고, 자살하려는 것을 막는 내용인데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모두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첫 작품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과 더불어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은 계약 결혼한 아내를 찾아달라는 이야기다. 황당함과 코믹함이 엮인 파스타파리안은 어딘가에서 비슷한 이름을 들은 것 같다. 안정적 직장인 공무원이 된 의뢰인이 말하는 내용은 황당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이야기다. 이것은 다른 이야기 속 비혼이나 잠시 언급된 주거문제와도 연결된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하나씩 다루고 있지만 이 문제들이 완전히 독립된 것들이 아니다. <헬로 욜로>에서는 이 부동산 투자 문제를 직접 다루는데 한국의 투기 광풍이 개인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잘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욜로를 외치며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설정이지만 이 때문에 일도는 사건을 의뢰받는다.

 

<아이들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씁쓸한 현실의 교육과 부동산 이야기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강요하는 부모와 주거공간에 따른 친구 관계 등은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부모의 선택에 찬성하지 않지만 이해는 된다. 아이의 가출에서 열 번 의뢰하면 한 번 공짜라는 영업방침이 나온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룬 작품은 <아무 일도 아니야>가 있다. 아무 문제 다니던 여중생이 자살했는데 부모는 그 이유를 모른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보고, 가장 친했다고 말하는 아이를 닦달한다. 일도에게 온 의뢰는 이 아이의 보디가드 역할이다. 보디가드보다 싸다는 이유로. 교육계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고, 학교가 얼마나 권위적인 공간인지, 부패하고, 비리가 많은 곳인지, 성추행에 얼마나 관대한 곳인지 보여준다.

 

<나의 비혼식>과 <퇴사 혹은 무단결근>은 이루리란 직장 여성의 이야기다. 친구 등에게 비혼을 말하고 축의금 등을 받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거나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는 내용이다. 비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가짜 결혼까지 하고 외국 여행을 가는 대담함은 쉽게 연결되지 않지만 재밌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직은 생존에 관련된 문제다. 여성이기에 퇴직을 강요받는 현실과 결혼이 하나의 도피처일 수도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같이 보여준다. 명절 전 결혼했다가 명절에 이혼한 친구의 사연은 한국의 결혼문화의 문제를 축약적으로 잘 다루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집 없는 나에게는 씁쓸한 이야기다.

 

<누구든 실종시켜 드립니다>는 생계형 아이돌 데뷔를 꿈꾸었던 여성 이야기다. 데뷔가 실패하면서 공시생이 되었고, 유튜브를 하지만 크게 성공적이지 않다. 한국 아이돌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서 이들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일구려는 업자들 모습도 나오고, 그 과정에 희생된 아이돌의 현재 모습을 다룬다. <사람이 자랑하면 귀신이 질투한다>는 표절과 미투를 다루는데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더 재밌다. 잠적한 인기 웹툰 작가는 배제된 채 펼쳐지는 이야기는 현재가 아닌 3년 전 과거와 그 성공이 연결되어 있다. 성공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합의 이후 바뀌는데 이 또한 현실이다.

 

다루고 있는 사건들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탐정의 활약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일은 없고, 불륜을 파헤치는 일도 없다. 실종전문 탐정이란 말처럼 실종된 사람을 전문적으로 찾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보디가드가 되고, 자살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노력도 한다. 혼밥이 편하고, 계약서와 입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렇게 전일도가 마주한 사건은 보는 동안은 유쾌하고 재밌지만 그 뒤에는 씁쓸함과 현실의 무게가 뒤따라온다. 트렌디한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데 웃픈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일도 탐정은 열심히 사건을 받고 해결해나간다. 작가의 말처럼 2권, 3권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