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 때문인지 헨리가 강에 뛰어 들어가는 장면이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 물 밖으로 나온 그를 지나가던 차가 치었다. 운전자는 역광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들을 만나러 가다가 아이를 구한 영웅이 우연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헨리는 코마에 빠지고, 그가 만나고 싶었던 아들 샘은 그를 보러오기 위해 엄마의 사인을 위조하고, 수업을 빼먹는다. 이런 그보다 늘 먼저 오는 사람이 있는데 에디다. 에디는 헨리가 사고를 당했을 때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지정된 옛 연인이다. 이렇게 소설은 세 인물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코마 상태의 헨리는 과거와 꿈속에서만 살아 있다. 현실은 병원에서 온갖 검사 기계를 몸에 부착하고 머문다. 프랑스 태생이지만 어릴 때 아버지와 바다에 나갔다가 혼자 살아온 적이 있다. 성인된 후 그는 종군기자로 활약했다. 아들 샘도 종군 사진가였던 마리프랑스와 참혹한 일을 겪은 후 불안의 욕망으로 생겼다. 마리프랑스가 안정을 바라면서 그에게 위험한 종군기자를 그만두게 한다. 마리프랑스의 불륜과 그의 떠남이 겹쳐지고 아들과 멀어진다. 그가 그날 그 현장을 지나갔던 이유도 샘이 그에게 보낸 메일에 답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보고 싶었다.
샘은 조금 특별한 아이다. 숫자 등을 색으로 인식한다. 가끔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의 능력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본다. 엄마가 아빠를 보러 가는 것을 막았기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매일 병문안 온다. 엄마가 아빠에 대해 말했던 거짓말을 알게 되고, 아빠가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다. 친구와 함께 멘사 출신으로 지력은 뛰어나지만 몇 가지 일반적인 상황 파악은 더딘 편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그 또래의 여자아이 매디를 만난다. 그녀 또한 사고를 당해 가족은 모두 죽었고, 그녀 자신은 코마 상태에 있다. 샘은 매디에게 반한다.
에디는 헨리를 사랑했다.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떠났다. 사변소설을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은 비현실적인 것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을 일컫는데 이 소설도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그녀는 헨리의 생명 유지 장치를 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왜 자신에게 이런 문서를 남겼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헨리의 사고 속에 그 답이 들어있다. 샘을 만난 후 헨리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샘과 함께 그의 회복을 바란다.
이 세 명은 현실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꿈속에서 다시 비현실적 경험을 한다. 헨리의 기억은 샘이 태어나고 그 아이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하여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넘어간다. 선택에 따라 미래가 갈라져 나간다. 평행우주의 모습이다. 그가 코마 상태에서 만나는 중간계는 무한하게 열린 세계다. 이 세계 속에서 그는 과거를 다시 만나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 이 꿈이 에디와 이어지는 부분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느낌과 감정은 진짜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생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깨닫고, 과거의 아픈 기억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의식불명 상태의 헨리가 꿈속에서 펼치는 이야기는 기억과 선택과 의지의 문제다. 에디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그녀와의 미래를 꿈꿀 때 그 경험은 에디에게도 전이된다. 그가 샘이 좋아하는 매디의 존재를 깨닫고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꿈 속 이야기다. 하지만 이 꿈은 현실 의학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샘이 아빠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의 귀환을 바란 것도 그가 본 비현실적 존재 때문이다. 이런 비현실적 세계에서 가장 의학적 분석을 하는 인물은 닥터 사울이다. 그의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런 충돌과 현실 인식과 꿈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이고 재밌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