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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평점 :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휘트브레드상을 두 차례 연속 수상한 이력이 있는 시인이다. 영국 BBC의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에서 진행한 그의 강의 내용을 모아 책을 낸 책이다. ‘시와 글쓰기 전반에 관한 안내서이자 시인의 마음으로 즐기며 감상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고 하지만 역시 시를 잘 모르는 나에게 쉽지는 않았다. 시집을 일 년에 몇 권 정도 읽고 있지만 번역시는 거의 읽지 않다보니 이 책 속 시들이 왠지 더 어렵게 다가온다. 물론 한국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니 번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아홉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꼭지는 동물, 날씨, 사람, 생각, 풍경, 가족, 소설 쓰기, 상상 속 동물 등을 주제로 한다. 이 소재들은 시인의 삶과 경험과 생각들로 이어져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스치듯이 생각한 것을 집중해서 단어를 모으고 정리하고 연결한 것들이 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관찰은 빼놓을 수 없는 행동이다. 비유와 은유는 상상을 통해 더 발전하고, 그 상상력은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든다. 이런 일들이 쉽게, 그냥 되지 않는다.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기초적인 책으로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다.
목차를 읽으면서 소설 쓰기 꼭지가 두 개나 있어 놀랐다. 소설 쓰기라고 했지만 간단한 글쓰기 연습으로 소설은 아주 좋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 말한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나 소설을 한 번쯤 써보려고 했을 것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 자신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이것을 아주 오랫동안 해야 한 편의 시나 소설이 탄생한다. 예전에 수업용으로 시나 산문을 쓰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던가. 자신을 짜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냥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거나 귀 기울이며, 여러분이 직접 되어보세요. 여러분이 이렇게만 하면, 단어들이 마치 마법처럼 스스로를 돌볼 것입니다.” 이 문장은 시가 쉬운 것처럼 말한다. 만약 이처럼 시가 쉬웠다면 시인들이 시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좋은, 훌륭한 시인이란 단서는 빠져있다. 사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시를 쓰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들도 많다. 시집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이 책도 소재들을 통해 시를 쓰는 법을 가르치면서 훌륭한 시인들의 작품을 보여주지 않는가. 다만 내가 이 시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재밌는 사실 중 하나는 이 책이 해적판으로 여러 번 나왔고, 이 책의 역자이자 시인인 김승일이 이 책에 아주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여러 번 사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번에 번역까지 했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이 책 속에 테드 휴즈의 시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쉽게 다가온 시도 있지만 어떤 시는 난해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시들은 가족들에 대한 시였다. 실재 인물에서 시작해 상상력이 동원된 시는 다른 시들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내가 시를 쓴다고 하면 가장 먼저 가족들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