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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샤를로테 루카스란 필명으로 쓴 두 편의 로맨스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이 기억이 이 작가의 스릴러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로맨스 소설을 이렇게 흥미롭게 풀어낸다면 스릴러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를 보면 내가 읽은 두 편의 로맨스 소설 이전에도 스릴러 소설을 내놓았다. 기억에 있는 제목들이지만 솔직히 말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읽은 지금은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가는 과정들이 강한 흡입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에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은 나도 짜증을 내긴 했다.
사랑하는 남편 다니엘이 자동차 충돌 사고로 죽었다. 장례식 후 임신 중인 레나는 딸 엠마를 낳았다. 흔한 교통사고다. 홀로 남겨진 레나는 시어머니 에스더의 도움으로 엠마를 키운다. 처음부터 이렇게 어렵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레나가 주어진 시간 안에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풀어놓는다. 장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레나의 현재와 과거 삶을 먼저 보여준다. 이 시간은 그녀의 딸 엠마가 납치된 시점까지 두 개의 시간으로 진행된다. 추억과 현재의 모습이다. 남편이 죽고, 장례식을 치러고, 장례식에서 힘든 일을 겪고, 딸을 낳고 키우는 시간들이 현재다. 과거는 다니엘을 어떻게 만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다니엘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보여준다.
레나는 알코올 치료 중인 다니엘을 만나 결혼했다. 그 당시 다니엘은 아직 이혼 전이다. 전처인 레베카와 사이가 심하게 털어졌고, 이 갈등이 술 중독으로 이어졌다. 반복된 시선 교환과 관심이 이어진 후 둘은 사귀게 된다. 이혼 과정도 쉽지 않다. 딸 조시와 함께 사는 문제도 있다. 이런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하다. 사랑이 충만한 듯한 모습이지만 회상 속 장면들을 보면 그는 결코 다정하고 포용적인 사람이 아니다. 화가 나고 감정이 틀어졌을 때 보여준 행동은 감정의 조절이 힘들어 보인다. 사고가 있던 날도 둘은 차 안에서 심하게 싸웠다. 새로운 집을 보러 가는 중에 임신한 아내를 그냥 내리게 만들 정도다.
이런 과거가 있지만 사랑하는 다니엘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이기에 이것을 견뎌낸다. 다니엘의 죽음 이후 그의 딸 조시가 그녀를 증오하고 임산부를 차는 행동을 해도 말이다. 장례식장에 나타난 이상한 남녀들도 있고, 사건 당시 상대편 차량에 탄 운전수의 동생 니콜라스도 만난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거의 3분의 1 이상의 진도가 나갈 동안 보여준다. 그리고 엠마의 실종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이어진다. 누가 엠마를 데리고 갔을까? 왜 그녀에게 이상한 요구들을 할까?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누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의문들은 조금씩 쌓여가고, 엠마를 잃은 그녀는 불안과 공포와 의문으로 폭발한다.
본격적인 스릴러가 펼쳐지면서 누가 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레나에게 자살을 강요했다면 다니엘을 비롯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상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음모론 쪽으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터무니없는 음모론보다 일반 사람들이 가지는 탐욕과 의심과 분노와 우울증과 오해 등으로 파고들면서 현실 가능성 있는 이야기로 만든다. 자신들 마음속에 지옥 같은 상황을 만들고 이 지옥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레나에게 보낸 메모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인물을 범인으로 내세우면서 하나의 사건을 마무리한다.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반전과 반전으로 이어지는데 마지막 장면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작가는 어떤 죽음이 일어나도 이것을 숨기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몇 가지 사실을 누락할 뿐이다. 자신의 딸이 납치된 부분에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딸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해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이다. 육아의 힘겨움과 감정의 폭발을 그대로 드러낸 부분과 레나가 도와준 부부의 아이가 죽은 사건에 대한 감정 표현 등은 보기 불편하지만 아주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