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 모라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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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토머스 해리스의 전 작품을 다 읽었다. 아마 본가와 지금 집을 뒤지면 이 책들이 다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사하는 도중에 사라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실 이 작가가 한국에서 뜨게 된 것은 영화 <양들의 침묵>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헌책방에서 초기 작품들을 구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나온 <한니발>과 <한니발 라이징>은 잔혹했고, 한니발이 왜 그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신작이 없었다. 그런 후 1천만 불이란 엄청난 선인세를 받고 13년 만에 신작이 나왔다.

 

이 작품이 번역되기 전 카페에서 아마존 평점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제로 들어가서 확인하니 별 셋이 되지 않았다. 이름에 비하면 그의 폭망 수준이다. 솔직히 말해 끝까지 읽은 지금 이 평점에 의아함이 있지만 조금은 공감한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이야기의 완성도에 조금 아쉬운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독성이나 재미가 그 정도 점수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이야기를 읽다가 카리 모라의 캐릭터 표현이 조금 약하다고 느꼈고, 어떤 부분에서는 뒤끝을 남기는 부분도 있어 다음 이야기가 나와 이 찜찜함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미국 마이애미 자택에 남겨둔 금을 둘러싼 이야기다. 한스 피터라는 악당이 이 집에 있을지도 모르는 금을 찾으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조직이 이 금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 사이에 낀 인물이 이 빈집을 그동안 돌보고 있던 카리 모라다. 이 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인물은 헤수스란 인물인데 한때 에스코바르에게 충성했고, 이 금을 옮긴 인물이다. 헤수스는 이 정보의 대가로 가족이 살 집과 그들을 위한 돈을 원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두 사람에게 팔았다. 한스 피터와 갱단 텐 벨스의 두목 에르네스토다.

 

이 소설 속 최고 악당은 역시 한스 피터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직접 죽였고, 변태들을 위해 신체를 훼손하거나 장기를 적출해서 판매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금을 발견하기 위해 이 집을 둘러보면서 카리 모라를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은 그의 엽기성을 잘 표현해준다. 그것 외에도 시체를 액화 화장 장치에 넣고 천천히 감상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이 대단한 악당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나오지만 이것을 직접 실천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한니발 렉터와 비교하는데 솔직히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카리 모라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소년병 출신이다. 그녀의 과거가 나오지만 이것만 가지고 그녀가 보여주는 활약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의외성 때문에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반복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가 소년병을 그만 둔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온 그녀가 과거의 훈련만으로 금방 전사가 되기는 힘들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상대방도 날고 기는 실력을 가진 악당들이지 않는가. 이것을 충분히 이해시켜줄 이야기가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2천4백만 불의 금을 둘러싼 경쟁과 전투가 그렇게 긴장감 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경찰의 눈치를 봐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까?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중간에 시체가 발견된 후 개입한 형사 테리의 활약이 너무 미미하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그가 큰 역할을 할 것 같았는데 그냥 얼굴만 내비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다음 작품이 있다면 달라질까? 역시 주인공이 카리 모라의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지 못하다. 소년병 시절 경험이 마지막에 힘을 발휘하지만 그 묘사에서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출연빈도에 비해 강한 인상을 가장 크게 남긴 것은 오히려 한스에게 장기를 사간 인물이다. 그가 다음 이야기가 있다면 어떻게 활약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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