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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평점 :
제목도 끌리지만 이 끌림에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저자 황교익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이미 방송 등에서 다루었던 것들이다. 한때는 그가 나왔던 <수요미식회>를 매번 보았고, 여행지에서는 그 방송에 나온 식당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나의 일차적인 목적은 맛집을 찾는 것이었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역사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물론 사료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그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그 빈 공간을 채웠지만 이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취한 실증주의 방식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에서 음식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데 도움을 주었다.
4부로 나누었지만 하나로 관통하는 것은 정치다. 떡볶이 이야기에서 남아도는 쌀 이야기가 나오고, 김치의 세계화 이면에 담긴 수출보다 훨씬 많은 중국산 수입 김치가 있다. 추석에 대한 그의 반론은 바뀐 시대상을 제대로 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칼국수가 너무나도 정치적인 음식이라고 할 때 어릴 때 더 좋아했고, 더 많았던 음식은 수제비였다. 그가 말한 정치인들이 자주 가는 칼국수집들의 가격이 일반 칼국수 가격의 50% 이상 비싼 것을 보면 왠지 씁쓸하다. 소금이 식품이 아니라 광물이라고 할 때는 나 자신도 언론 플레이에 얼마나 쉽게, 무비판적으로 넘어갔는지 알게 된다.
한때 방송에서 그를 깐죽거리며 하는 말 중 하나가 ‘일제 강점기’였다. 오래 전 중국 미식 여행을 다녀온 일본 작가의 글에서 전통 음식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듯이 한국도 이 시기를 거치면서 음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조미료다. 작은 동네식당부터 유명한 식당까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한다. 물론 조미료만으로 음식의 맛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식재료도 무시할 수 없다. 이때 놀라운 것은 미식의 대명사처럼 된 평양냉면이다. 일제 강점기에 돼지보다 소의 머릿수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다시 들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의 머리가 그만큼 굳은 것이다.
그가 치느님이 맛없다고 했을 때 우리 머릿속에 강하게 인식된 치킨의 신화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닭을 즐겨 먹지 않지만 삼계탕이나 치킨은 아주 가끔 먹는다. 이때 내가 좋아한 것들은 국물과 튀김옷이다. 살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튀김옷만 먹고 나머지 닭고기는 버린 적도 많다. 치킨을 시키다보면 이런 경우를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본다. 한국이 치킨 강국이라는 말을 따라하지만 외국에서도 맛있는 치킨을 먹은 적이 있다. 양념으로 넘어가면 다른 문제지만. 이렇게 내 머릿속은 알게 모르게 주입된 음식에 대한 신화가 많이 있다. 이 신화들 중 몇 가지를 이 책은 산산조각낸다. 치느님도 그 중 하나다.
유기농을 한때 예찬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가능하면 유기농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유기농을 사지 않는다. 최근 음식과 건강을 연결하는 문제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약과 음식을 그는 구분한다. 이 구분에는 동의하지만 좋은 먹거리는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도 이 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슬로푸드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나도 동의한다.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슬로푸드를 알기에 더욱 그렇다. 김밥이 비빔밥이라고 한 부분과 우리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비빔밥을 생각하면 많은 부분이 이해된다.
남도 음식은 어디나 맛있다고 했을 때 광주 번화가 한 식당은 정말 형편없는 맛이었다. 한정식의 상차림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음식들을 다 먹지 못하면서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 한정식이 기생집 상차림에서 비롯했다는 말은 이전에도 들은 것이지만 한정식의 지역색이 사라졌다는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다. 반찬 개수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식당이 예전처럼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줄어든 위도 있지만 제대로 된 음식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다.
세계 어딜 가나 음식이나 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난무한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사찰음식에 대한 비판은 한 번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운 웅녀와 떡 등의 이야기는 사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궁중음식과 그 요리사에 대한 날선 비판은 사료에 기반한 것이다. 역시 더 많은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방송으로 나온 인물들이나 이야기들의 문학적 상상력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질타는 우리 역사에 대한 반성이다. 목차에 나온 자극적인 제목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오해할 소지가 많은 부분들이다. 단순히 음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분명히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