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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중국 영화감독이다. 이 단편집 속 세 작품을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에 녹여내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읽고 무슨 말인가 했다. 어떻게 단편 세 개를 한 작품에 연결시켰을까 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말이다. 그리고 이 책 속 일곱 편의 단편을 모두 읽은 후 고개를 끄덕였고,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장쯔이가 나온다니 더욱. 청얼이 만든 영화는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낯선 듯 익숙한 분위기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었지만 간결한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를 추측할 수 있었다.
영화의 원작이 된 세 편과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네 편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진 세 편이다. <여배우>, <영계>, 표제작 <로맨틱 상실사> 등이다. 앞의 두 편은 그 당시 시대상을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로맨틱 상실사>는 그 시대 배경을 알수록 재밌다.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더 재밌다. 아직 나의 이해도가 부족해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부분과 잔혹한 복수가 먼저 와 닿았다. 암흑계의 거물들이 어떻게 일본군과 연결되고, 그들과 대립하는지 등은 그 시대를 알아야 더 잘 이해된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작가가 숨겨둔 반전과 그 잔혹한 복수다. 이 작품을 가장 뒤에 둔 이유를 알겠다.
<여배우>는 도박에 빠진 남편을 구하려는 노력이 그녀를 권력자의 편으로 만들었다. 암흑계의 권력자들이 어떻게 한 유명한 여배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지 보여준다. 그 큰 힘에 휘둘리는 그녀의 모습은 체념이 묻어있다. <영계>는 조폭 이야기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이 중간 보스까지 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만난 창녀 이야기다. 진한 낭만이 끼어들 것 같은 도입부이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비정하다. 청년의 순수했던 감정은 참혹한 현실에 쉽게 무너지고, 그도 세파에 시달리면서 그런 무리 중 한 명이 된다. 씁쓸한 이야기다.
<인어>부터 <세 번째 X군>까지는 현대 이야기다. 세 번째 X군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X군이란 인물이 세 명 나온다. 유일하게 없는 이야기는 <몸의 시편>이다. 이야기의 배경도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예술에 대한 단상이 나오고, 한 번 뜬 권력이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준다. 지친 육신이 가진 공허함이 강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인어>는 읽으면서 한국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과도한 임금 보도로 상상력이 이어졌다. 하루 몇 시간 동안 왕복해야 하고, 겨우 3시간 일하는 그녀의 말 속에서 말이다.
<인어>의 X가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장면과 밖으로 나오려는 욕구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닭>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자가 느끼는 살의가 강한 인상을 준다. <세 번째 X군>은 읽으면서 미로 속을 해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가 너무나도 간결하게 표현되었고 아주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 속 주인공들은 특별히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익명이나 성으로 불릴 뿐이다. 현대 이야기 네 편도 어떤 연관성이 있는 듯한데 아직 나는 모두 발견하지 못했다. 느리게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독자라면 많은 것들 발견하고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