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반양장)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비밀 하나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처음 <삼체>가 나왔을 때 중국 SF라고 무시했다. 책을 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먼저 놀랐고, 외국 평론가들이 중국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편견을 잠시 가졌다. <삼체>를 샀지만 크게 읽으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다 <삼체 2부>를 먼저 읽었다. 충격이었다. 중국에서 이런 하드SF를 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분량이 거의 700쪽인데도 큰 지루함이 없었고, 인류가 삼체의 감시에서 벗어날 방법이 궁금했다. 그리고 뤄지가 그 방법을 찾아내었을 때 그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2부를 읽을 때만 해도 1부를 바로 시작하고 싶었다. 늘 그렇듯이 지나간 책들에게는 왠지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3부를 먼저 읽었다. 800쪽이 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물리학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작가가 끝없이 펼쳐내는 물리학은 이해의 한계를 넘었다. 그런 것이 있구나 하고 대부분 넘어갔다. 작가가 그려낸 우주와 지구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행성이나 작은 우주가 아니라 우주의 끝까지 나아간다. 그 과정을 보면서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시간과 중력이란 문제보다 훨씬 큰 주제를 다루면서 상상력의 한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야기는 전편처럼 삼체가 지구를 지배하는 환경에서 시작한다. 인류는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 중 하나로 UN가 새로운 과학을 연구한다. 이런 일보다 먼저 윈톈밍이란 인물의 연애사를 간략하게 다룬다. 그의 아이디어로 돈을 번 친구가 로얄티 형식으로 돈을 주고, 이 돈으로 UN이 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하는 별(DX3906)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청신에게 선물한다. 이 시기는 안락사법이 있어 누구나 불치병에 걸리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그가 죽으려는 마지막 순간 청신이 나타난다.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나온다. 아주 잔혹한 이유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광속의 10분의 1 속도를 내는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겨우 뇌 정도이기 때문이다. 몇 명과 경쟁을 거친 후 그의 뇌는 우주 속으로 날아간다. 그의 뇌를 발견한 다른 우주인이 그를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동면이다. 윈톈밍이 별을 선물했다는 사실과 그를 잔혹한 환경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자각이 그녀를 동면하게 한다. 그 사이 뤄지가 암흑의 숲 전략으로 삼체의 진격을 막았다. 인류는 삼체와 교류하면서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동면에서 깬 청신은 윈톈밍이 준 별 덕분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면벽자 뤄지는 언제나 암흑의 숲에 삼체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자세를 한 채 수십 년을 산다. 검잡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검잡이 선출이 예정되어 있다. 동면에서 깨어난 청신은 바뀐 환경을 보고, 갑자기 자신이 검잡이가 되기로 한다. 그녀는 뤄지와 간결하게 지위를 바꾼다. 그리고 삼체의 공격이 시작된다. 그녀가 단추를 누르면 삼체의 위치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는 누르지 않는다. 그녀의 첫 번째 실수다.

 

삼체의 지자는 말한다. 우주는 잔혹한 곳이라고. 그들은 청신이 검잡이가 되면 단추를 누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위장된 평화가 깨어지고, 삼체는 인류를 호주로 모두 이주시키려고 한다. 당연히 청신은 최고의 죄인이다. 그녀가 내세운 사랑은 비정한 우주의 법칙에 맞지 않다. 그런데 이 삼체의 공격이 우주를 항해하던 우주선들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선이 중력파를 발사한다. 이것은 바로 삼체 행성의 멸망을 가져온다. 지구로 향하던 삼체 선단은 방향을 돌렸다. 왜 그랬을까 하는 이유는 그 다음에 나온다. 그 이유 때문에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청신의 다음 동면 이후에 펼쳐진다.

 

하나의 별을 없앤 무기는 광립이라고 한다. 삼체인들이 떠난 이유는 지구의 위치도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윈톈밍이 언제 나올까 하는 것이다. 지자가 지구를 떠날 때 윈톈밍이 삼체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청신과 만나게 한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다. 이 만남에서 만약 어떤 정보라도 흘리면 청신은 죽는다. 윈톈밍은 동화란 형식을 통해 인류에게 과학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 동화가 아주 재밌다. 인류에게는 그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은유는 언제나 해석의 문제를 낳고, 이 해석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오류는 인류의 한계이기도 하다.

 

중반 이후 단위가 너무 거대해져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SF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나의 한계다. 광속과 곡률추진을 연결한 것은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다. 광속으로 날아가면서 생기는 문제 등을 이야기할 때 비행기가 날면서 남기는 흔적이 우주에도 남는다는 것 정도 이해할 뿐이다. 광립 공격보다 더 대단한 것은 차원 공격인데 이 상상력이 정말 기발하다. 선진 과학기술을 가진 우주인들이 다른 적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우주법칙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 과학의 무서움을 다시 느낀다. 3부작으로 이어지면서 너무 거대해진 규모는 나의 상상력을 초월해서 조금 아쉽다. 머릿속은 작가가 보여준 더 넓은 우주의 짧은 공간과 이론으로 복잡하게 뒤섞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아직 내가 <삼체> 첫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소우주와 5킬로그램이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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