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버스는 수수께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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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삐딱한 마음은 이 소설의 제목을 보고 죽음과 관련된 우울한 이야기라고 단정했다. 물론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마지막 감동은 남겨두겠지 하고 생각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타는 버스란 설정 때문에 이런 불필요한 상상을 한 것이다. 책소개를 좀더 자세하게 읽었다면 달랐을 텐데 말이다. 선택하게 된 이유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점점 많이 읽을수록 책 욕심이 많아지고, 특정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신뢰를 보낸다. 물론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사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실연버스. 기억 속 어딘가에서 자살자들이 탄 버스 이야기가 떠올라 죽음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실연버스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실연자들이 실연버스 투어를 통해 초라하고 쓸쓸하고 우울한 감정을 며칠 동안 겪은 후 그 감정을 날려버리는 여행 기획이다. 이 여행을 기획한 인물이 실연버스 여행의 가이드이자 마지막일수도 있는 여행에서 실연을 겪은 아마쿠사 류타로다. 그의 연인이었던 인물은 고이즈미 고유키인데 실연버서 투어의 심리 카운슬러다. 이 둘은 불과 며칠 전 헤어졌다.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동행이지만 다른 실연자들과 함께 투어를 떠난다.

 

실연버스 투어는 방송을 타면서 인기가 상당히 올라갔다. 이 투어는 신청자들의 선별해서 받는다. 이번에는 류짱이 직접 뽑지 않았다. 그를 질투한 과장이 뽑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는 뒷말이 있다, 남자 다섯 명, 여자 네 명이 투어 참가자인데 모두 본명 대신 닉네임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누가 문제를 일으킬까하는 추리를 열심히 했는데 읽으면서 이런 생각은 사라졌다. 작가는 심각한 문제보다도 각 개인의 사연과 가이드 커플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곳곳에 황당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깔아놓는 것은 기본이다.

 

실연자들을 태우고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인데 이번 여행의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실연과 상관없이 참여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고, 잠깐이나마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잭인데 펑크로커가 되고 싶은 연애미경험자다. 대기업 집안의 외동아들인데 길거리 로커의 샤우팅에 자신의 삶을 바꿨다. 겁은 또 얼마나 많은지. 류짱이 초반에 잭이 고유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긴장했는데 이것 또한 작은 재미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고유키의 생일이라 그녀에게 프로포즈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잭 이외에도 재밌는 인물들이 많다. 출가나 친이란 중국인, 루이루이란 혼혈 미녀, 자해 흔적이 있는 모모짱 등이 대표적이다. 출가의 엉뚱한 영혼 이야기나 친의 돈 자랑 등은 다른 것과 어울리면서 더 재밌어진다. 루이루이의 외모가 차별의 문제를 불러왔다거나 모모짱이 오빠 때문에 이지메를 당했다는 부분은 그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모모짱에게 불안감을 느낀 류짱이나 고유키의 밀착은 또 다른 에피소드들을 만들지만 이 때문에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생긴다. 류짱의 전남친이 보낸 문자는 정말 욕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유키의 카운슬링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살아가면서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류짱과 고유키는 서로 하나씩 사실을 숨긴 채 버스를 탔다. 류짱은 프로포즈고, 고유키는 임신이다. 사실 초반에 임신 가능성을 의심했고, 중반이 되기 전 확신했다. 이 수상한 투어에 이 둘은 완전히 남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재밌는 설정 중 하나는 투어 참가자들이 이 둘의 관계와 임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뒤로 가면 이것이 또 뻔한 상황과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녹아들어간다. 그리고 이 여행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움직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여행의 본래 목적에 맞지 않은 참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소에 맞는 분위기에 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 반전은 흔한 설정이지만 재밌고, 반지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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