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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알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포스 지음, 정지현 옮김 / 나무옆의자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소개에 <사립학교 아이들>과 <비밀의 계절>을 잇는 작품이란 설명이 있다. 이 두 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나에게 거꾸로 이 두 작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매혹적인 성장 스릴러란 부분 때문이다. 이런 흥미로운 소개와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가독성이 상당히 좋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캠퍼스 내 비밀클럽 활동이란 설정이 낯익지만 이것을 10년 전 사라진 엄마의 실종 사건과 연결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 대충 훑어본 목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세 가족의 이야기와 엮이고, 꼬이면서 점점 의미있게 다가왔다.
찰리, 그레이스, 앨리스테어 캘리웨이가 현재와 과거의 한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2017년 현재는 찰리가 이야기하고, 과거의 시점인 1996년부터 2007년까지는 그레이스와 앨리스테어가 맡는다. 캘리웨이 가족은 뉴욕의 부동산 재벌이다. 찰리는 명문 사립학교 놀우드에 다니다. 이 학교는 에이스(A’s)라는 비밀 클럽이 있다. 아주 극소수의 학생만이 이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하기 위해서는 세 번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가입하기 전에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비밀을 알려줘야 한다. 비밀의 공유는 ‘한 번 에이스는 영원한 에이스’라는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구호가 되고 비밀회원이 된다.
에이스의 입회 초대장은 놀우드 학생들 모두가 원하는 것이다. 가입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실패하면 결코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다. 첫 시험에 실패한 한 학생이 정학을 맞는데 이것이 그의 대학 진학에 큰 장애가 된다. 물론 에이스 회원을 밝혀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시험 전에 알려준 비밀이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찰리는 두 번의 시험을 무난히 통과한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 놀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악의를 가지고 휘두를 때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선택받았고, 학창 시절의 아주 재미난 장난 정도로 생각한 그들에게 다른 사람의 삶과 감정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찰리의 엄마 그레이스는 아빠와 싸운 후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 거액을 인출한 것 때문에 몰래 사라졌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레이스와 앨리스테어의 이야기는 이들이 어떻게 만났고, 사랑에 빠졌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과거 놀우드에게 제이크가 죽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제이크는 그레이스의 연인이었고, 놀우드의 장학생이었다. 앨리스테어는 제이크와 친했던 사실을 그레이스에게도, 찰리에게도 밝히지 않는다. 제이크란 존재가 그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범죄 가능성으로 향한다.
찰리가 사라진 엄마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 것은 외삼촌 행크가 찾아오면서부터다. 그가 옛집에서 찾아낸 사진이 그녀를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거기에 쓰인 I KNOW와 STOP란 글자와 낯선 남자와 만나는 사진 때문이다. 외갓집은 엄마가 몰래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매년 엄마의 생일 파티를 한다. 이 행사에 가서 오랜만에 외가 식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우연히 행크가 찾아낸 사진 속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된다. 사립탐정이다.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작가는 이것을 한 번 더 꼬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만 오해와 진실 사이에 두 사람을 놓아두면서 파국으로 이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사립학교의 비밀클럽 이야기와 학교생활을 보여주면서 엄마 실종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한 번도 듣지 못한 것들이고, 그녀가 짐작했던 몇 가지 모습들은 그녀의 섣부른 판단이 부른 오해와 착각이다. 작가는 천천히 이야기의 탑을 쌓아가면서 뒤틀린 사립학교의 모습과 감추어져 있는 욕망과 경쟁을 드러낸다.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조정할 생각만 한다. 이런 현실에서 그녀의 조사는 현실과 나 이외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그녀가 성큼 자라는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재밌는 성장소설과 미스터리의 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