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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엘린 브로쉬 맥켄나 지음, 라몬 K. 페레즈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19세기 영국 고전 소설인 <제인 에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그래픽노블이다. 아쉽게도 내가 <제인 에어>를 읽지 않았다. 혹시 읽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고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지만 제대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아마 원작을 읽었고, 더 많은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좀더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아주 낯익은 설정과 전개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본 것들이다.
원작과 비교해서 이야기할 것이 없다. 읽은 책 내용만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작가는 제인이 바다에서 부모를 잃은 후 친척집에 사는 과정은 아주 간결하게 보여준다. 그 가족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도, 감정 교류도 없다. 가족들의 시선은 텔레비전으로 향해 있다. 제인은 이 집을 떠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배를 타고, 생선을 수선하는 일을 한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이 돈 모두를 인출해서 뉴욕으로 떠난다. 그녀는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그림을 그린다. 대학교에 등록하지만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급하게 찾는다. 조건 좋고 급여도 높은 일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보모 일이다.
새로운 직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집에서 아델이라는 외로운 꼬마를 돌보는 일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생각하지만 보통 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일주일을 넘지 못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집주인이 금지한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잘렸다. 그곳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후반부에 가서 이 비밀이 펼쳐지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설정이다. 개인적으로 이 설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충분히 납득할 수 없었다. 스스로 이 일에 대한 설명을 만들어서 이해해야 한다.
다른 보모들이 자주 잘린 것을 보고 아델이 심술꾸러기인가 생각했다. 아니었다. 외로운 소녀일 뿐이다. 제인과 아델은 경호원을 옆에 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집주인 로체스터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연히 만났을 때는 당돌하게도 그가 딸을 위해 학교에 면담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표시하고, 시간에 맞춰 학교를 방문하니 그가 교장과 면담을 한다. 거대 헤지펀드의 수장답게 아주 위협적인 말을 내뱉는다. 이 일을 통해 제인은 로체스터도 한 명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발레 공연에 그녀를 초대한다. 공연 후 파티는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둘만의 시간이 지난 후 로체스터는 갑자기 사라진다. 아시아로 날아갔다. 몇 개월 후 돌아온 그의 모습은 그날 밤의 그가 아니다. 질투란 감정이 표출된다. 그러다 내용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도둑이 들어와 3층 금지구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격투가 벌어지고, 금지구역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이야기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다. 로체스터는 아이와 함께 떠나고, 떠나면서 제인도 같이 가자고 한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제인은 떠나지 않는다. 문제는 아델이 제인에게 연락을 했고, 제인이 그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장면들은 할리우드 공식이다. 아기자기하면서 자기주장 강한 제인의 매력이 액션으로 묻혀버렸다.
자기의 삶을 살려는 여성이 결국 머물게 되는 곳이 엄청난 거부인 로체스터의 집이란 결말은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자주 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꾸준히 그 일을 하려는 모습은 그녀 속에 있는 자립성을 잘 보여준다. 각색된 내용도 흥미롭지만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몰입도를 높인 것은 그린이의 능력이다. 흑백의 대비, 거칠고 굵지만 세밀한 묘사, 농도를 통한 표현,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화면 구성 등은 이 그래픽노블을 단숨에 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