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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필리파 피어스 지음, 에디트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9년 7월
평점 :
1959년 카네기상을 수상한 작품을 원작으로 그래픽노블로 만들었다. 사실 원작 동화를 읽지 않아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읽었는데 아주 재밌었다. 이야기의 설정과 풀어가는 방식이 어느 시간여행 소설에 뒤지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어른이 읽는다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원작 소설을 읽는 것보다 그래픽노블로 읽는 것이 더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니 많은 글자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나처럼 그래픽노블에서 시작한 독자는 원작 소설로 돌아가 이 둘을 비교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톰이 이모집에 가게 된 이유는 동생의 홍역 때문이다. 걸렸다면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안 되고, 걸리지 않았다면 동생에게 옮으면 안 된다. 이모집은 다세대 주택이고, 1층에 큰 괘종시계가 걸려 있다. 집주인이 시계태엽을 감아주는데 시간을 잘 맞지만 종소리는 시간과 맞지 않다. 도시의 삭막한 풍경과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매일을 견뎌낼 뿐이다. 이모가 맛있는 것을 해줘 잘 먹지만 남은 시간은 힘들게 버텨야 한다. 이런 톰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시계에서 열세 번째 종이 울렸을 때다. 최대 열두 번이 정상인데 말이다. 톰은 이때 몰래 1층으로 내려가 뒷문을 연다.
이 작은 일이 톰에게 환상적인 일이 된다. 문을 열자 아주 멋진 정원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풍경에 톰은 아주 즐거워한다. 그런데 이 정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톰이 이모에게 말했지만 이 정원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며칠 동안 이 정원을 돌아본 톰에게는 이 말이 오히려 믿을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열린 문을 열고 나가니 도시의 삭막한 작은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가 매일 방문했던 정원은 그럼 어디지? 이 현실 속에서도 톰이 정원으로 나가는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해티다.
뒷문 정원 속 세계에서 톰은 유령처럼 움직인다. 사람들은 그가 옆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는 닫힌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이런 그를 알아챈 인물이 해티다. 재밌는 것은 해티는 톰을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톰은 해티를 유령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이 넓은 정원 속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우정을 쌓고 재미있는 모험도 한다. 톰은 이 재밌는 모험을 동생에게 편지로 써서 보낸다. 톰은 이 정원 때문에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으로 이 집에 대한 정보 등을 검색해서 할 수 있을 테지만 이때는 그런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해티의 옷을 말해서 시대를 아는 정도가 최선이다.
분명 두 세계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해티의 시간이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정원에서 오랫동안 놀고 와도 겨우 몇 분이 지나갔을 뿐이다. 톰의 시간이 하루 지나갔지만 해티의 시간은 몇 개월이 지나간 경우도 있다. 톰의 성장이 그대로인 반면에 해티는 소녀에서 숙녀로까지 자란다. 그래도 둘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 해티가 남자친구가 분명한 남자와 함께 움직일 때는 소년과 숙녀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또 중간에 해티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톰의 존재를 알아챈 다른 인물이 나타난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이 책의 출간연도가 중요한 것은 시간 여행의 설정도 있지만 마지막 만남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시간의 비대칭성 등은 시간 여행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 아니다. 해티가 남긴 스케이트를 톰이 신고 같이 달리는 것은 sf작가라면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자연스럽다. 소설에서는 많은 설정들을 묘사하고 설명해야 하겠지만 그래픽노블에서는 그림으로 간결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더 빨리 읽을 수 있고, 더 강하게 몰입하게 된다. 당연히 원작에 대한 관심이 더 생긴다. 이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그린 에디트란 작가도 관심이 생긴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