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독일 동화 여행 - 독일 메르헨 가도를 가다
정유선 지음 / 뮤진트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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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출신의 저자가 열 살 먹은 딸과 함께 독일 메르헨 가도를 다녀온 것을 기록한 책이다. 메르헨 가도란 이름은 들어본 듯하지만 독일 동화 여행이란 말에 더 끌렸다. 실제 이 여행의 목적이 바로 독일 동화 여행이다.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하나우에서 시작해 북부의 도시 브레멘까지 이어지는 600킬로미터인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이 동화 여행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것은 역시 그림 형제의 동화들이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재밌게 읽었지만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동화들이다. 몇몇 이야기들은 원작보다 디즈니의 영화로 더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약된 몇 편을 다시 읽고 기억을 새롭게 했다.

 

퓌센의 성은 표지에도 나오지만 사진만 봐서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백조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디즈니 로고 성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의 인지 능력은 둘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다. 실제 가서 보면 닮을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메르헨은 독일어로 민담이란 의미다. 우리에게 독일 동화하면 그림 형제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메르헨 가도 여행 속에 그림 형제의 동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목차만 보고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 작품 몇몇이 있는데 내용을 읽으니 금방 알 수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세계 동화를 얼마나 열심히, 재밌게 읽었던가. 뭐 이 동화의 원작이 다시 각색되었다는 사실에 잠시 분노한 적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열 살 딸과 독일 동화 여행이다. 저자는 이전에 더 어린 딸과 함께 영국과 크로아티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이것은 두 권의 책으로 이미 나와 있다. 처음에 더 큰 딸과 함께 하는 여행이 더 쉬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아가 더 커진 아이가 엄마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시차 문제도 있고, 맨 마지막에 말했듯이 저자 자신이 나이 든 것도 있다. 읽으면서 딸이 즐겁고 재밌어 하는 모습도 많이 나오지만 짜증과 힘들다고 말하는 대목도 적지 않게 나온다. 자식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기 바라는 욕심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이것이 아이의 바람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600킬로미터란 거리를 보면서 차로 여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구간에서 차를 빌려 여행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다.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장점도 많지만 좀더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둘러볼 곳이 조금 더 적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다. 열일곱 도시는 솔직히 말해 쉽지 않은 일정이다. 하지만 이 두 모녀는 자신들의 일정을 잘 소화하면서 무사히 여행을 마무리했다. 저자가 감탄한 작은 도시의 풍경들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의 해석으로 들려준 이야기들과 정보는 독일 동화의 기억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이 여행 과정 속에서 두 모녀가 느낀 감정의 차이와 일치다. 엄마의 마음과 아이의 행동 차이,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행복해하는 마음들, 어른과 아이의 시선 차이,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방법이나 대상이 다른 경우 등은 내가 나중에 아이와 함께 여행하게 되면 느낄 수 있는 것의 선행학습이 아닐까. 원작 동화 속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상당히 잔혹하다고 말하는데 그 시대의 현실을 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이미 디즈니 영화 등으로 기억이 왜곡된 부분이 상당해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는 장면들이 상당히 있다. 물론 이것도 작은 재미들 중 하나다.

 

이 동화 여행을 읽으면서 어릴 때 읽었던 그림 형제의 동화들이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올랐다. 이 기억들은 잠시 나를 동화의 세계로 이끌었다. 최근 아이와 함께 예전에 별로 재밌게 보지 않은 애니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어 자주 여러 번 보게 되는데 그때 느끼지 못한 재미를 누리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재미를 일부 전달해준다.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지는 않지만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들도 보인다. 그 대부분은 건물들 사진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본 도시의 풍경들이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과 함께 한 도시의 풍경들 말이다. 나도 몇 년 뒤 아이와 함께 이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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