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고이즈미 야쿠모란 이름만 보았을 때 누군지 몰랐다. 야쿠모란 이름만 놓고 보면 <야쿠모>란 소설이 먼저 떠오른다. 라프카디오 헌(Lafcadio Hearn)이란 이름을 보았을 때 집 어딘가에 있을 <괴담>이란 소설이 떠올랐다. 이 이름으로 검색을 하니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나온다. 뭐 중복도 많지만 묵혀둔 책이 보여 반가웠다. 이번 기담집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겼기에 더욱 그렇다. 이 기담집의 문장을 읽고 조금 놀랐는데 다른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다. 간결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강해 예전에 읽었던 일본 문학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스물 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오래된 이야기는 괴담이고, 2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는 기담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다. 사실 이렇게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개인적인 취향은 1부의 간결한 괴담들이다. 고전 설화나 괴담을 적은 듯한데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작품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다. 2부로 가면 기담 같은 내용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늘어놓는다. 작가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읽었다면 좀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령폭포의 전설>은 예전에 읽었던 중국 민담과 분위기 비슷하다. 빠르고 간결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밤 괴담으로 알맞다. <찻잔 속>은 이야기가 진행되다 그냥 끝났다. 작가가 더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중단되기 전까지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다. <상식>은 환각과 믿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실체를 제대로 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한다. <생령>은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내는 악의를 다룬다. <사령>은 죽은 자의 반격이다.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죽은 자의 빙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카메 이야기>는 금슬 좋은 부부 이야기다. 자신의 사후 남편의 재혼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편의 재혼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작가의 지적은 왠지 가능성을 남긴다. <파리 이야기>는 왜 파리를 등장시켰는지 의문이다. <꿩 이야기>는 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아들의 욕심이라면 시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츄고로 이야기>는 요물에게 홀린 남자 이야기다. 괴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요물의 정체가 드러날 때 조금 놀랐다.

 

<어느 여인의 일기>는 정말 일기를 다룬다. 간결한 기록인데 한 여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일기 속 시들은 평범하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알려준다. <헤이케 게>는 게를 그린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반딧불이>는 한 편의 논문을 읽는 느낌이었다. 반딧불이 잡이들이 어떻게 반딧불이들을 잡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아주 놀랍다. <이슬 한 방울>은 짧지만 나의 옛 단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귀>는 자신의 현재 삶과 환생을 비롯한 윤회를 다룬다. 왜 매미일까? <일상사>는 간결한 기담이다. 서늘하기보다는 그럴수도 있지 하는 느낌이다.

 

<몽상>은 모성애로 시작해 인식의 공간이 확장된다. <고양이 타마>는 자신의 고양이를 관찰해서 기록한 짧은 글이다. 읽으면서 일본은 고양이 관련 글이 참 많다는 누군가의 글이 떠올랐다. <한밤중에>는 그림자와 감각을 말하는데 인식을 더 깊이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 <풀종다리>는 자신이 산 곤충 이야기인데 일상을 다룬 에세이처럼 읽힌다. 재밌다. <꿈을 먹고 사는 짐승>은 꿈속 이야기가 아주 잔혹한 듯한데 마지막 해석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불교적 세계관이 보이는데 작가가 살면서 어떤 영향을 받고 살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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