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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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에게 강인욱이란 이름은 아주 낯설다.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란 프로그램은 알고 있지만 스쳐지나가듯이 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다. 다만 이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알쓸신잡>이 낯선 전문가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처럼 이 방송도 나에게 그렇게 먼저 다가왔다. 한때 고고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누군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실제 알기 어렵다. 가끔 이렇게 만난 작가들의 글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 이 책도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고고학 지식 몇 개를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저자도 말했듯이 고고학하면 가장 먼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을 떠올린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있었던 고고학 발견들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된 사실은 이 매혹적인 사실들 뒤에 숨겨진 엄청난 파괴와 무지들이다. 책 후반부에 이렇게 발굴한 유적지들이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 발굴한 유물에 대한 오해도 같이 나온다. 식민지 건설과 제국주의가 맞물려 벌어진 일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유물을 둘러싼 국제협약이 얼마나 기존 약탈자들에게 유리한 법인지 알려줄 때 순진했던 나의 지식에 깜짝 놀란다.

 

제국주의가 고고학의 꽃을 피웠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산업화와 개발우선정책 등이 유적지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너무 빤한 이야기지만 전쟁 속에서 고고학이 이루어졌다는 부분은 조금 생소했다. 하지만 실제 예를 보면 비행전 중에서 하늘에서 본 땅의 높낮이나 참호 속 유적 등이 있다. 고고학에서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삽질이라고 하는데 삽질하면 군인 아닌가. 이 삽질 이야기를 보다보면 고3 대학입시에 과를 정할 때 사학과라고 했더니 삽질을 이야기했던 담임이 떠오른다. 뭐 그때 다른 과를 선택했지만 역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관심 분야다.

 

저자는 유라시아 고고학 전공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지역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알고 있던 이야기도 많지만 낯선 것도 많다. 유적 발굴 현장의 어려움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굴 과정의 훼손에 대해서는 큰 실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발굴 과정은 실수를 덜 저지르는 것이라고 한다. 공감한다. 그리고 이 발굴된 유물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얼마 전 읽었던 <깃털 도둑>이 떠올랐다. 유전자 분석 등의 과학이 발전할수록 하나의 자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이 고대 유물을 다루지만 최첨단 기계 등을 이용한다고 한 부분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발굴과 분석 과정을 거치면서 유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 시대를 추론하게 만들고,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의 기원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든다. 단순하게 알고 있던 조로아스트교에 대한 나의 이해를 더 깊게 만들고, 그 기원을 더 오래전까지 넓혀주었다. 술도 마찬가지다. 와인과 맥주 같은 경우 최초를 둘러싼 논쟁이 늘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모두 유물로 남아 분석이 가능하지만 음악은 악기를 제외하면 알 수 없다고 한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노래조차 시간이 지나고, 지역이 바뀌면 원래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지 않는데 고대의 음악은 어떻겠는가. 가끔 나 자신도 모르게 현재의 지식으로 과거를 무의식 중에 판단하는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발해와 고조선을 넣은 것은 저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서 지방 흥산문화 유적의 원류에 대한 논쟁을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간 것은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이 얼마나 중화를 앞세우는지, 그들이 억지 주장한 동북공정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연구와 발굴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한 장에서는 유물 위조 사건을 다루는데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이 사건 자체가 아니다. 이 사건이 가능하게 도와준 수많은 조력자들의 가능성을 저자가 말한 부분이다. 거기에 속칭 국뽕도 한몫했다. 한국의 경우 국보 274호가 그렇다. 고고학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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