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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잘 쓴 심리 스릴러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이 장르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과격한 장면은 거의 없고, 불안과 과도한 관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이 심리 묘사와 지나친 들여다보기에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분위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꼬인 관계와 보여주시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그래서인지 나의 행동과 심리를 조금씩 들여다보기도 했다. 두 여인을 화자로 내세워 풀어내는 이야기는 번갈아가면서 흘려나오는데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계속 준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가 훔쳐보는 내용이란 설정에 관심이 있어 선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이 엄마의 심리만 다루지 않는다. 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같이 다룬다. 입양 보낸 엄마는 오텀, 키우는 엄마는 대프니다. 대프니는 입양한 딸 그레이스 외에 두 명의 자식을 더 낳았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인스타페이스란 SNS를 열심히 한다. 팔로우가 1만 명이 넘는다. 당연히 업체에서 협찬이 들어오고, 그녀의 게시글은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오텀이 그녀의 계정을 팔로우하고,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단순히 딸 그레이스의 일상을 알고 싶은 것을 넘어선 관심을 그녀가 보여준다. 이 미묘한 감정들은 작은 복선 같다.
오텀은 자신의 딸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남자 친구 벤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맥멀런 가족의 집 뒤편에 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벤이 원하는 여성상으로 자신을 바꾸고, 그의 연인이 된다. 그녀의 이런 집착은 그녀의 일상을 무너트린다. 대프니의 SNS에 몰입하고, 그녀가 산 옷과 물건을 구하려고 한다. 대프니가 보여주는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딸이 완벽한 가족 아래에서 자란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대프니가 SNS를 잠시 멈춘 순간부터다. 보통 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이때 한다. 실제 대프니의 뒤를 따라 마트에 간 것이다. 그리고 대프니가 아이 돌보미를 구할 때 다시 한 번 최상의 인물인 것처럼 변신한다.
대프니는 보여주는 삶과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남편의 외도다. 아이를 간절하게 원했지만 실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늘 일 핑계를 대면서 나간다. 다른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가 남편을 되돌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SNS 중단이다. 하지만 이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그녀가 그레이스의 잘못을 알고 질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고 그녀와 남편의 문제에 더 집착한다. 그리고 남편의 외도와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도한 대마초가 있다. 작은 일탈은 언제나 더 크게 번지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키우는 엄마와 옆에서 보는 엄마의 심리 대비가 아주 잘 드러난다. 실제 감정과 행동의 차이도 잘 드러난다. 오텀이 잠시 돌보미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24시간 육아에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의 일시적인 환상이다. 물론 늘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 이런 엄마들을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시간을 내기 위해, 얻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 남편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대프니의 모습이나 이 완벽한 가족의 환상 속에 사는 오텀 또한 대조적이다. 이 둘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작은 불만과 불안 등이 계속 이어지고, 희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희망은 희망일 뿐이다. 바뀐 것처럼 보이는 일상은 거짓이다. 이 거짓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순간도 있다. 부부의 작은 다툼이 더 커지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전달될 때 불안감은 확산된다. 여기서도 작가는 한 번 더 숨을 고른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실수와 감정을 숨기고, 불안감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은 반전 하나와 큰 반전 하나를 숨겨두었다. 큰 반전 하나 속 사실 하나는 추측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것은 알지 못했다. 현실적인 심리 스릴러이지만 반전으로 작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