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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존
김주영 지음 / 인디페이퍼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세기말인 1999년 오두막 사건이라고 불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사람의 잘린 목으로 벽을 쌓은 사건이다. 사건 현장은 해운대 인근, 인적이 드문 산속이다. 피해자는 열두 명이다. 범인은 목을 매 불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취재를 나왔던 기자 미희는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를 주장한다. 이 도입부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을까 하는 것과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 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의 방향은 왜 이런 살인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범과 어린 생존자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흔히 이런 연쇄살인이 일어났을 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심이 많이 쏠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 부분은 놓아두고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후 삶을 다룬다. 직접적인 피해 대상자의 가족도 나오지만 간접 피해자 가족도 같이 나오면서 이런 사건의 경우 그 영향력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기자 미희의 경우 지속적인 공범 주장 덕분에 남편이 죽고, 딸 채은은 아빠 없는 삶을 살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 이런 가족의 옆에 윤석이란 아이가 함께 한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말과 선택적 기억을 잃은 아이다. 이들의 삶은 사건들 이후 비교적 평온하게 흘러갔지만 20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미희에게 계속적으로 오는 오두막 사건 제보 메일 때문에 깨어진다.
오후 3시.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이곳에는 두 명이 근무한다. 관리인 병훈과 유정이다. 병훈에게는 하영이란 고등학생 딸이 있다. 유정은 삼촌이라 부르는 명준과 함께 산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태형은 서울 부동산에서 얻는 임대수익만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어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 숙소에 놀러 온 젊고 예쁜 손님에게만 관심이 있다. 물론 소녀 같은 외모의 유정에게도 관심을 표현했다. 그런데 유정은 삼촌 명존의 심한 관리를 받고 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온 메일 때문에 윤석은 이곳을 방문해 누가 보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당연히 미희 모르게 온다.
미희는 이 사건을 잊고 싶지만 현실은 계속 공범과 어린 생존자에게 관심이 가 있다. 다시 이 사건을 조사한다. 평범한 외모의 삼촌과 아이의 존재는 명준과 유정을 가장 먼저 떠올려주지만 명준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새로운 단서를 얻은 후 그녀는 계속 조사를 하면서 사라진 아이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 과정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윤석의 아버지가 전화를 해서 공범을 찾았다는 말을 한다. 이야기의 흐름 상 그 어린 생존자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하나의 엇갈림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마지막 반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사실 중 하나는 학교 폭력이다. 피해자가 가해 학생들의 죽음으로 안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자 그 당시 그의 생존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오후3시는 평범한 게스트하우스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나쁜 소문도 꽤 있다. 그 대부분은 주인인 태형 때문에 생긴 문제다. 윤석이 이곳을 예약한 날 채은도 내려온다. 인터넷으로 이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검색한 윤석은 태형의 집까지 간다. 묘한 분위기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다음 날 태형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다. 하영을 집쩍거린 것을 안 병훈일까? 아니면 유정에게 추근거리는 것을 본 명준일까? 아니면 또 다른 3자일까? 이런 수사 와중에 유정은 윤석에게 관심을 보인다. 삼촌 명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하영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남자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다.
연쇄살인의 폭발적인 도입부를 보면서 기대한 것과 다른 전개와 완벽한 생존이란 제목은 좀더 액션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감정을 살짝 드러내고, 숨겨진 의식 안으로 파고들 뿐이다. 사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의 이면에 어떤 폭력과 살의가 담겨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사실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인물을 뛰어넘는 표현 하나가 섬뜩함을 준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시선과 기억을 따라가고, 사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모습은 기대와 다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을 높여준다. 너무 많은 예측과 기대가 이 소설에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