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이 갔다.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다. 쭉쭉 뻗은 모양이 아닌 옹이 지고, 여기저기 굽고,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나무가 집의 기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세가 나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아!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많이 있구나! 하는 감탄과 요즘 여행지 절에서 느낀 감탄과 아쉬움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고,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더욱 많아졌다.

절에 가면 꼭 보는 것들이 얼마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 조금씩 변했다고 해야겠다. 어릴 때는 그냥 건성으로 보거나 탱화나 부처상에 관심이 갔지만 요즘은 단청이나 조각상과 건물의 모양과 세월에 눈이 간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옛것에 대한 향수와 원형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관계로 많은 것을 느끼고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책에 나오는 절들 중 내가 가본 곳은 거의 없다. 한때 유명한 절들을 골라 다닌 적이 있는데 본다는 것과 보았다는 것에 비중을 두다보니 화려함이나 웅장함 등에 점수를 주었다. 큰 절들이 지닌 명성과 거대한 불상에 시선이 갔지만 절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이나 작고 섬세하면서 정성이 깃든 것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리고 욕심이 많은 시절이었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더욱 맞는지 모르겠다.

점점 시멘트와 대리석으로 절을 꾸미는 곳이 많아지면서 옛것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든 순간이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보여주는 많은 사진에서, 감상에서 묻어나오는 세월의 흔적에 대한 그리움과 자연스러움은 나의 감성과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었다. 제목처럼 곱게 늙고 주변의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려가는 절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부러 꾸미지 않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생기는 수많은 전설과 이야기들은 또 다른 매력이자 즐거움이다.

각 장마다 각기 다른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각각의 감상이나 사진들이 나의 마음을 그 절로 데리고 간다. 곱게 늙어 아름다워서, 가슴에 담긴 근심을 풀기 위해, 뛰어난 풍경에 매료되어, 수많은 사연을 듣기 위해 그 절들로 나를 인도한다. 비록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지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다. 아마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절 중 하나를 찾아가 저자의 감상을 나의 가슴으로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이 책에 기대어 선택을 하고 떠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하나는 내가 느낀 최고의 풍경과 멋진 절들이 이 속에 없는데 혹시 그 당시의 모습들이 불사나 다른 이유로 바뀌어 그때 그 감동을 잃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자신을 주눅 들게 하지만 보는 것만큼 안다는 말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 시간이 나면 조그마한 암자라도 가서 옛것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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