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가 공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나카타 에이이치와 오츠 이치가 같은 사람이란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메리 수를 죽이고>를 읽고 안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마 이 책도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이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저질 기억력이라니. 솔직히 <메리 수를 죽이고>를 읽기 전에는 오츠 이치에 대해 감탄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소설집을 읽은 후 바뀌었다. 그가 다양한 필명으로 여러 작품을 내었고, 그 중 몇 작품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사놓고 방치한 오츠 이치의 소설들이 그날 이후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역시 읽는 것은 언제일지 모른다.

 

소개 글 중에 초능력이란 단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sf, 판타지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맞는 단어다. 거기에 재밌게 읽은 작품의 작가라니 어찌 그냥 가겠는가. 여기에 오츠 이치까지 더해진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게 선택한 이 단편집은 여섯 편의 각각 다른 분량을 가지고 멋진 이야기를 펼쳐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초능력은 내가 읽었던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과 엮이면서 이 능력이라면 어디에 사용할지 끊임없이 상상했다. 물론 작가는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뭐 어떤 단편 속 이야기는 더 끔찍한 것도 있지만.

 

<소년 점퍼>는 영화 <점퍼>의 패러디물에 가깝다. 너무 못생겨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히키코모리 초기 단계가 된 가케루의 초능력 이야기다. 어느 날 자신의 점퍼 능력을 알게 된 가케루는 철로에 떨어진 세나 선배를 구해준다. 이 능력을 알게 된 선배는 그를 운송 수단으로 이용한다. 여동생에게조차 혐오의 대상인 그를 만나주는 존재가 세나 선배다. 기꺼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 능력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집밖으로 나가는데 이 과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는 가케루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처음 안았을 때 외계인으로 생각했다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미국에서 사람들은 그를 퍼니 페이스라고 부르면서 친해지려고 한 점이다.

 

<나는 존재가 공기>는 읽으면서 최고의 자객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지운 소녀가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 친구를 위해 능력을 다르게 활용한다. 처음에는 스토커인가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서 이것이 바뀐다. 능력에 제한을 걸어둔 것은 어쩌면 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요즘은 어디에나 CCTV가 있으니까. 차분하게 풀어나가면서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들이 재밌다. <사랑의 교차점>은 아주 짧다. 사람 많은 교차로를 연인과 손잡고 지나가면 늘 다른 사람의 손을 잡게 된다는 알 수 없는 현상을 보여준다. 결혼을 위해 실험한 장소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 속에서 발견하는 진심은 그들의 행동과 마음속에서 드러난다.

 

<스몰 라이트 어드벤처>는 잘못 배달된 물건에서 시작한다. 이 라이트 비추면 작아진다. 작아진 소년이 꿈꾸는 것은 예쁜 반 친구의 치마 속 팬티 색깔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녀의 납치 사건 때문이다. 작아진 소년의 모험이 펼쳐지는데 작은 소품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파이어 스타터 유카와 씨>는 불 조절이 가능한 초능력자 유카와 씨 이야기다. 이 초능력자를 관찰하는 건물 관리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데 SF액션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육화장 속에 작은 연애를 집어넣고 화려한 초능력을 발휘한다면 멋질 것 같다. 장편으로 만들어도 될 이야기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이후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

 

<사이킥 인생>은 초능력을 가진 집안의 한 여자 학생 이야기다. 이 집안의 초능력이 알려지면 그 대상은 죽어야 한다. 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 적이 있다고 하니 섬뜩하다. 학창 시절 관계의 표면성을 잘 보여주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감정의 변화가 재밌다. 그런데 이 집안의 초능력은 거리의 한계가 있지만 물리적 접촉은 신체를 통과할 수 있다. 일정 거리에만 접근 가능하다면 역시 최고의 자객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은 집안이란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오츠 이치란 필명으로 나온 소설보다 나카타 에이이치 풍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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