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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평점 :
왠지 모르게 이 작품의 원 제목을 보고 다른 영화가 떠올랐다.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으로 나온 <비밀>이다. 창해에서 먼저 나온 <변신>과 <비밀>을 착각한 것이다. 나의 머릿속은 영화를 본 지 오래되었으니 기억이 희미해졌을 것이란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해서 찾아보니 다른 작품이다. 최근 이런 기억의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집에 대할인시대에 사놓은 <변신>이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 번역자를 찾아보니 다르다. 다른 번역이라면 두 개의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시간 나면 몇 부분 비교해보고 싶은 장면들이 있다.
1991년 작품이다. 이 당시 유행했던 것들 중 하나가 신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룬 소설과 영화들이었다. 나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하면 대부분 심장이나 눈이다. 어제 일부 책 정리한 것에서 눈 이식으로 인한 스릴러 작품을 보았다. 심장의 경우는 감정으로 풀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 뇌라면 어떨까? 이것을 풀어낸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뇌 일부를 이식 수술한 후 그 당사자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빠르고 재밌게 그려낸 것이다. 인간의 몸 전체에 비교하면 그가 이식한 부분은 사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부분이 한 인간을 삼키려고 한다.
나루세. 소박하고 순진한 청년이었다. 셋방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갔다가 무장 강도의 총에 맞는다. 세계 최초의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다. 성공적인 외과 수술 결과다. 이 수술을 집도한 도겐 박사는 정밀하게 환자를 관찰한다.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부작용을 걱정해서다. 외견상 다른 부작용은 없다. 퇴원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변화는 조금씩 일어난다. 사랑했던 연인의 주근깨가 거슬리고, 좋아했던 음식도 맛있지 않고, 즐겁게 몇 번이나 본 영화도 재미없다. 이런 정도라면 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한다. 실제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 적도 있다. 나루세는 이 성격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의 본성을 잠식하는 뇌 이식 수술의 도너를 찾는다. 혹시 그 사람의 성격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이후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자신의 도너가 누군지 찾아가고, 그 도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의 성격 변화는 주변 사람들과 불화를 만든다. 직장 동료들과 사랑했던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도너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의 파괴적인 행동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 가능성은 하나의 가설로 이어지고, 가설은 조사로 통해 확신으로 바뀐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신하고 있다. 그의 자아는 도너의 것으로 점점 바뀌어간다.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뇌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이 이식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들이 이익을 얻을까? 뇌도 다른 장기처럼 일부를 잘라내어 이식이 가능할까? 이 소설의 후반부는 바로 이들과 연결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한다. 첫 출간연도를 감안하면 이 설정이 제대로 검증되었는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자신의 인격을 잠식하는 것에 반발하고 이것을 저지하려는 나루세의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소재와 특유의 가독성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얻게 몇 가지 지식은 아쉬움이 먼저 생긴다. 인격의 변하면서 생기는 말투 등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이 부분도 비교하면 작은 재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