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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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연안의 조용한 마을 바클리 코브의 해안 습지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을 담고 있다. 이 소녀의 성장기를 보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언니들과 오빠들이 모두 집에서 달아났는데 누구도 가장 어린 소녀 카야를 데리고 떠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에 떠난 오빠 조디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선 자신이 먼저 살아야만 했다. 홀로 남겨진 소녀는 아버지 폭력의 위험성과 가장 기본적인 생존에 신경을 써야 했다. 이 홀로서기는 강제적이었고, 주변의 도움의 손길 때문에 가능했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1952년 카야의 과거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시점에서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되는 1969년 10월부터다. 다른 두 시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의 시간으로 합쳐지고, 이 합쳐진 시간은 그들의 현재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카야의 삶과 성장은 경이로울 정도고, 그녀의 시간들은 읽는 즐거움을 준다. 놀라운 생태학적 자료들은 이 책의 저자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미스터리 소설로 변신한다. 나중에 이 사건은 법정 스릴러로 바뀐다.

 

카야는 외롭게 산다. 먹을 것도 자신이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돈을 조금 남겨주었지만 그녀는 셀 줄을 모른다. 글자도 모른다. 습지의 생물들에 관심이 있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하루살이처럼 겨우 먹고 산다.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처음 먹어본 음식들이 있었지만 친구들의 놀림으로 학교생활은 그날로 끝났다. 나중에 그녀를 학교로, 보육시설로 데리고 가기 위해 사람들이 왔을 때 그녀는 습지 속에 숨는다. 이런 그녀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둘 있다. 한 명은 흑인 점핑이고, 다른 한 명은 오빠 조디의 친구인 테이트다.

 

점핑은 카야가 캐어온 홍합을 사주고, 필요한 의복 등을 전달해준다. 그와 아내는 실제 부모가 없어진 카야에게 부모나 마찬가지다. 만약 점핑 부부가 없었다면 카야의 삶은 아주 빠르게 무너지고, 살기 위해 보육시설로 가야했을지도 모른다. 점핑 부부가 그녀에게 베푼 일들은 인종을 떠나 순수한 호의로 가득하다. 처음 카야가 생리를 했을 때 이 사실을 알려준 것도 점핑의 아내다. 점핑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가게를 열고 보트에 기름을 넣어주면서 그녀의 삶에 등대처럼 자리잡는다.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있을 때 그는 나에게 한 명의 용의자가 되기도 했다.

 

테이트. 그녀에게 문자를 가르쳐주고, 사랑과 아픔을 동시에 준 인물이다.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는다.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나중에 그녀가 생태학자로 자라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가 학위를 위해 대학으로 떠나면서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준다. 그의 작은 주저함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 그녀가 체이스에게 끌린 것은 체이스가 지닌 외모의 힘도 있지만 테이트의 부재와 그로 인한 외로움이 가장 큰 이유다. 나중에 다시 나타나 그녀의 작업물을 보고 이것을 출판사와 연결시켜준 것은 그녀에게 한 발 다가가기 위한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작업물이 워낙 훌륭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외로움, 열정, 사랑, 편견, 죽음, 습지, 바다 등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아주 함축적이다. 순수한 열망과 거짓된 약속에 속은 카야와 카야의 야성에 끌린 남자들의 속내는 서로 다르다. 외로움이 가족을 이루길 바라고, 이 작은 열망은 수컷의 거짓말에 알면서도 넘어간다. 우리 삶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암컷의 거짓말에 넘어간 경우도 많을 것이다. 법정물로 변한 후반부의 대결 장면은 그녀를 둘러싼 의혹과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 뒤에 펼쳐진다. 한 편의 생태 스릴러로도 부족함이 없다. 카야와 테이트의 사랑 이야기는 연애소설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카야의 야성적 매력과 반전은 많은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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