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없다. 다만 비밀이 있을 뿐

단 한번의 시선 1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또 다시 평범한 가정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히 끼워져 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복잡한 사건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그 사건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데 몇 가지는 놀랍고, 마지막 하나는 예상한 것이었다.

할런 코벤을 처음으로 만난 것이 ‘마지막 기회(no second chance)'였다. 초반의 충격적인 대사로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가면서 붙는 속도감을 즐긴 소설이었다. 그 후 밀약으로 다시 한 번 그의 재능을 확인하였다. 이번 소설로 그에 대한 신뢰는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속도감이 절로 붙는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강하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술술 읽힌다는 뜻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나와 이야기를 약간 복잡하게 끌고 나가면서 마지막 한 방을 제대로 날리는 그의 특기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킬러의 대화로 시작하여 마지막 엔딩까지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욕망과 복수가 뒤엉켜가면서 복잡해지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진실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표현하기보다 여운을 남기며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밀약에 이어 다시 등장한 에릭 우의 무시무시한 능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가 보여주는 살인술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단순하다. 손의 힘으로 자신보다 큰 사람을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은 약간의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활약이 늘어나면서 비중도 증가하였지만 왠지 아쉬움을 남기면서 사라졌다. 멋진 악역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기까지 한다.

할런 코벤의 소설을 세 번째 읽고 있지만 그의 소설에 나오는 가족을 보면 평온함 속에 무시무시한 진실을 담고 있다. 우연히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 그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너무나도 끔찍하여 차라리 평범한 가정이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숨겨진 진실이 사건을 몰고 오고 다른 사건과 연결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그 과정을 가장 잘 묘사하는 작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 장의 사진과 과거의 대참사와 숨겨진 가정의 비밀이 만나 벌어지는 뛰어난 스릴러 작품이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보다 그 과정에 몰입하게 만들어 마지막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마약과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사고를 불러오고, 복수는 새로운 복수와 죽음을 가져온다. 사람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