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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평점 :
제철 음식에 다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철 음식 중에서 과일 같은 경우는 하우스 재배가 많아지면서 언제가 제철인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철이란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수많은 지방 도시들이 농축수산물 축제를 기획하고, 방송이 이것을 홍보하면서 하나의 공식처럼 되었다. 실제 이 축제 기간에 가면 그 농축수산물이 더 비싼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 속에도 나오지만 축제를 위해 다른 지역의 음식을 사오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도 이 제철 음식을 먹으려고 한 적이 많다. 물론 그 지역에 가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잡하고 비싸고 멀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 신토불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먹거리에서 거리는 아주 중요하다. 다행히 한국은 땅이 작아 운송에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 작은 땅도 한때는 냉장기술이나 운송 문제로 먹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고등어나 갈치 같은 경우 서울에서 회로 먹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이제 제철 음식도 꼭 그곳에 가서 먹을 필요가 없다. 얼마든지 서울이나 큰 도시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곳의 풍경과 함께 맛보고 싶다면, 그 음식의 전문집을 방문하고 싶다면 그곳에 가야 한다. 실제 그곳에 가야 더 싸고 더 지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한 곳은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물론 최근에는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이 경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조류의 변화나 남획 등으로 가치가 바뀌거나 거의 사라진 어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오징어, 병어, 명태 등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동해 횟집에서 오징어는 서비스로 나왔다. 오징어 물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병어는 생선을 잘 몰라 그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명태는 정말 흔했는데 이제는 귀하신 몸이다. 명란젓은 비싸 잘 사먹지 못하는데 가끔 명란아보카도덧밥을 아내가 해줘서 가끔 먹는다.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내가 자란 곳은 어촌 도시였다. 어시장에서 비린내를 맡으면서 자랐지만 생선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산나물은 초봄 쑥국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먹지 못하고 있다. 방송에서 도다리쑥국을 외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통영의 그 집에 결국 가보지 못했다. 여름 가지 스테이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 전통 품종이 작아 맛있는 요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 기억난다. 포도의 하연 분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메일 이야기를 보면서 다음에 냉면에 식초를 친 후 먹어보고 싶어졌다. 어떤 맛일까? 개인적 이효석 생가 메밀집은 별로였다. 박찬일의 광화문국밥 냉면을 한 번 먹고 싶다.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내 취향과 비교해보고 싶다.
미더덕을 먹었다고 생각하면 오만둥이인 경우가 많다. 미더덕 회가 있었던가? 어릴 때 해삼, 멍게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아주 맛있었다. 아마 초장 맛일 것이다. 붕장어와 뱀장어는 지금도 헷갈린다. 외갓집 앞 뱀장어집에서 얼마나 많은 뱀장어 껍질 벗기는 모습을 봤던가. 예전에는 갈치가 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국산의 경우 크기가 커지면 엄청나게 비싸진다. 아프리카산 갈치를 일반 식당에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양식이 된 광어의 경우 이전에 엄청나게 비쌌다고 한다. 유순해서 양식하기 좋았다는 것도 있지만 비쌌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멸치하면 요즘 기장을 많이 말하지만 내가 멸치 터는 것을 직접 본 곳은 거제도다. 백화점에서 죽방멸치의 가격을 보고 놀랐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복달임 민어도 몇 년 전에 팟캐스트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후 tv방송에서 너무 말해 평범한 것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민어전을 먹어보고 싶다. 전복의 경우 아직 그 맛을 모르겠다. 낙지의 경우 산낙지와 냉동낙지의 맛 차이를 최근에 알았다. 부드러움의 정도가 너무 차이난다. 참치도 몇 점 먹을 때 그 부드러움에 반하지만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 통조림 꽁치로 김치지개를 먹던 순간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식량 자주권의 감자와 연결한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감자는 주식이 아니다. 간식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딸기 품종 설명을 들었는데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위치에 따라 당도 차이가 있다니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 꼬막을 삶아주면 하나씩 빼먹던 기억이 있다. 1박2일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최근에 생긴 식당 프렌차이즈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다. 굴도 마찬가지다. 왜 생굴에 레몬을 뿌려서 먹는 그 맛을 아직 나는 모를까? 냉면과 더불어 미식의 기준 중 하나인 홍어는 가끔 먹지만 그 진정한 맛은 아직이다. 돼지 김장은 한국보다 이탈리아 이야기인데 저장식품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식탁 풍경을 자주 떠올려봤다. 그런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음식은 뚜렷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텅 빈 채다. 그래서인지 박찬일의 추억들이 부럽다. 비록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싼 거에 더 집착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식재료들이 귀한 몸이시다. 일반적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욕설을 내뱉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지간히도 그 당시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추억보다 나의 뇌리에 강하게 꽃힌 것은 작가의 문장이다. 간결하고 분명한 문장은 읽기 좋고 재밌다. 왜 이전에는 이 사실을 잘 몰랐을까? 집에 있는 그의 다른 책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물론 그 책을 읽으면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이 더 늘어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