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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분홍색 부채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4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5월
평점 :
에놀라 홈즈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모두 여섯 권이니 두 권만 더 나오면 된다. 사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렇게 빨리, 계속해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에 나온 세실 리가 또 등장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세실리가 에놀라와 콤비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2권을 읽고 이 왼손잡이 소녀가 함께 활약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찾아야 할 인물은 세실리다. 그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의뢰가 있은 것도 아니고, 우연히 여성 전용 화장실에서 그녀의 불행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여성 전용 화장실에서 세실리는 중년의 두 샤프롱에게 속박되어 있다. 그녀의 손에는 분홍색 부채가 들려 있다. 변장한 에놀라를 발견하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두 샤프롱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녀는 하나의 단서로 분홍색 부채를 남겨둔 채 끌려간다. 그녀가 탄 마차를 쫓아가다 마이크로프트 오빠와 부딪힌다. 그를 발로 차고 그 마차를 찾지만 이미 사라졌다. 그녀는 오빠의 추적도 피해야 한다. 유일한 단서인 분홍색 부채를 들고 누가 세실리를 끌고 갔는지 찾는다. 상류사회의 잡지를 읽으면서 누군지 찾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변장을 하고 유일한 단서인 분홍색 부채를 들고 이런 물건을 만들만한 업체를 찾아간다.
전작들에서도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빠들과의 관계다. 이번에도 셜록이나 마이크로프트와 만난다. 19세기의 가치관을 앞세운 오빠들의 입장과 에놀라의 입장은 차이가 크다. 특히 마이크로프트는 더 심하다. 여성 혼자 험한 세상을 살아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숙녀가 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자립심과 독립심 강한 그녀에게 통할 리가 없다. 그녀가 온갖 노력을 기울여 세실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막기 위해서다. 세실 리가 본성 깊은 곳에 머물고 있는 강한 독립성을 생각한다면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하는 일기도 하다.
전작들에서 그녀의 변신은 셜록에게 이미 알려졌다. 똑같은 변신은 이제 불가능하다. 덕분에 그녀의 변신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다양해졌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짜 기자로 변신해 단서를 찾아가거나 늦은 밤 넝마주이로 변해 이전처럼 작은 선행을 베푼다. 변신을 위해 옷 속에 도구를 넣어 다니고, 작은 장소만 있어도 금방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어떤 순간에는 그녀가 옆에 있어도 오빠들이 그녀의 정체를 모르고 지나간다.
세실리를 찾고, 그녀를 구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그러다 은장에 빠진 오빠 셜록을 발견한다. 그를 도와준다. 이 시리즈에서 셜록은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 실수가 개인적으로 봐서는 에놀라의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셜록의 불완전을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 만난 남매는 서로가 쫓는 인물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수사에는 작은 함정이 있었다. 만약 은장에 빠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에놀라는 이 새로운 사실을 기반으로 수사를 새롭게 한다. 그녀가 가진 단서를 가지고 논리를 세우고 증거를 찾고 목표물에 다가간다. 간결하지만 빠르게 진행되고 작은 액션과 놀라운 기지가 발휘된다.
복식과 그 시대 문화에 대한 표현을 이번 이야기에서도 충분히 표현한다.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많은 질시와 불편함을 초래한다. 에놀라나 세실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실제 에놀라는 십대 중반일 뿐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다 보니 셜록을 만났을 때 감정이 북받친다. 크게 우는 그녀를 보면서 내면을 살짝 엿보게 된다.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가족 관계가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모르겠다. 전편처럼 암호를 풀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또한 가벼운 재미다. 이번에도 다음 이야기가 빨리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