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온 Go On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첫 번역 작품인 <빅 픽처>에 환호한 이후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그 중 읽은 작품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도 몇 권 있다. 가독성이 좋고, 지적인 부분이 있어 취향에 맞다. 두 권짜리는 <행복의 추구>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과 조금 다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다루고 있는 주제 등이 더 깊어진 느낌이다. 70년대와 80년대를 관통하는 이야기 속에 현대 자본주의의 변곡점 중 하나를 보여준다. 읽으면서 작가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넓이에 감탄했다.

 

작은 오빠의 면회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번 면회에서 그녀는 오빠와 아빠의 비밀 하나를 듣는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녀는 공모자가 된다. 과연 이 이야기는 무얼까? 이 의문을 품고 달려간 시대는 1971년 9월이다. 뉴욕에 살던 앨리스 가족은 올드그리니치로 이사왔다. 엄마는 이 이사가 불만이다. 엄마는 히스테리를 수시로 부리고, 큰 오빠는 예일대에 입학하고 떠났다. 작은 오빠는 교통사고 후 하키를 포기했다. 앨리스의 친구 칼리는 동성애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다니다가 학교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 그러다 칼리는 사라지고, 이 여파는 가족과 그녀와 함께 한 상대방에까지 이어진다.

 

동성애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7~80년대는 온갖 비난의 대상이었다. 앨리스의 친구 칼리가 의심스러운 복장으로 폭행에 시달렸다면 대학 동창 한 명은 성 정체성을 밝혔다가 큰 폭행을 당하고 학교를 옮긴다. 오해와 편견과 독설에 시달릴 수밖에 없던 시기다. 이것이 80년대로 넘어오면 AIDS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때의 공포를 동성애자 친구가 아주 잘 보여준다. 아직도 기억하는 한국에 전달된 AIDA의 공포는 한 미국 배우의 죽음으로부터인데 이 작품 속에서는 그 이름이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때도 많은 보수단체가 얼마나 많은 비난과 거짓말을 퍼트렸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그런 문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미 제국주의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칠레 피노체트 쿠데타의 모습을 보면서 작은 오빠의 비밀을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답을 먼저 말하면 아니다. 믿었고 존경했고 사랑했던 행콕 교수의 죽음으로 간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교의 생활은 그녀를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변수는 언제나 일어난다. 그 중에서 최악은 테러다. 이 비극의 대상이 타인이었을 때는 단순히 공감의 문제이지만 자신에게 일어났을 때는 삶의 파괴다. 아직 외상후스트레스란 단어가 없을 때이지만 그 충격과 공포는 이후 삶을 바꾸고 지배한다.

 

앨리스를 중심에 놓고, 그 가족과 친구들을 주변에 놓고 그녀가 산 시대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이 시간 순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작가의 의도와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의 의도는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게 된 이유, 서로를 경멸하는 두 미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 시기를 지나면서 완성된 ‘문화 전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말해 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미국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의도는 작품의 제목에서 드러난다. 번역 제목이 <고 온(GO ON)>이지만 원래 제목은 <The Great Wide Open>이다. 책 마지막에 그랜드캐넌에 가서 본 풍경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텅 빈 공간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삶을 뜻하는 말이기도 해. 다른 말로는 ‘미래’라고 하지.” 이야기는 과거의 한 시점에서 끝나지만 이때까지 풀어낸 이야기들은 ‘미래’를 만들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앞에서 말한대로 이해의 폭과 깊이는 나에게 달렸다. 읽으면서 솔직히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많은 부분을 되돌려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작은 노력들을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읽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 간의 갈등과 사랑을 아주 자극적으로 다룬다. 칼리의 실종, 큰 오빠의 충격적인 내부고발, 60년대 아버지들의 삶, 엄마의 히스테리, 공익보다 가족 우선 등의 현실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앨리스의 행동과 심리 속에는 가족이 우선이란 생각이 가득 담겨 있다. 이것이 한때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의도적인 연출인지, 아니면 앨리스의 행동에 대한 작가의 공감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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