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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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나온 <디자인 캐리커처 - 유쾌한 20세기 디자인 여행>의 개정증보판이다. 서문을 읽고 난 후에 이 사실을 알았다. 이때마다 내가 책소개 글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사실을 알고 간단하게 구판과 개정판을 비교해보니 편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개정판이 좀 더 잘 분류되어 있다. 구판이 단순한 나열이었던 것에 비하면 개정판은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 건축, 가구, 빛, 자동차, 비행기 등으로 구분해 이해를 더 쉽게 만들었다. 이 분류와 함께 간단하게 풀어낸 디자인 만화는 가독성을 높여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P.S 디자인’에 오면 많은 글자들로 인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만화를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들이 너무 간단하게 나와 아쉬웠던 부분이 많다. 작가가 핵심만 뽑아서 간단한 그림으로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판이 단순한 나열로 소제목을 붙였다면 이번에는 제목에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다. 덕분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바를 더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편집의 힘이라고 한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표지의 차이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기괴한 모습의 구판보다 개정판이 더 좋다. 이런 편집도 디자인의 영역이다. 캘리그라피가 새로운 글자체 디자인에, 표지에, 광고 등에 어떻게 인용되고 있는지 보면 이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구판과 달리 개정판의 첫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 이야기로 시작한다. 더하기보다 빼기로 성공한 애플 디자인은 이제 모든 스마트폰 업체의 표준처럼 보인다. 이들의 빼기는 늘 무언가를 더 넣어서 가격만 부풀리려는 한국의 가전제품 디자인을 생각하면 더욱 돋보인다. 실제 집에 있는 가전제품 중 상당수가 필요 없는 기능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물론 스마트폰의 기능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를 보면 또 어떤가? 첫 화면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어 보기가 오히려 불편하다. 잡스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그들을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샤넬과 리바이스 디자인이 시대를 해방했다고 하는데 일부 맞는 말이다. 샤넬의 드레스와 핸드백이 모든 여성의 워너비가 되면서 이제는 구속물이 되었다. 심플한 디자인이나 필요 없는 것 같은 것들 넣은 디자인이 시대를 넘어 유행하는 것은 제품의 특성도 있지만 어느 순간 이것이 유행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히 디자인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 ‘I♥뉴욕’ 디자인이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0년대에 나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 디자인이 얼마나 많은 짝퉁을 만들어내었던가. ‘굿 디자인이 굿 비즈니스다.’라는 말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낸 부분은 이 만화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디자이너 이야기를 하면서 안도 다다오를 넣은 것은 의외다. 건축물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대한 극찬 등은 이미 다른 책에서 많이 접했던 것이라 별로 신선하지 않다. 바우하우스가 독일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부분은 조금 의외다. 나처럼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도 아주 자주 들은 이름인데 말이다. 이 디자이너 이야기 속에서 시대와 나라에 따라 호흡하는 디자인 정신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간결한 기능성 위주의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겉치레가 가득하거나 장식성을 입힌 디자인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감탄하지만 기능성은 또 다른 문제인 경우가 많다.

 

지을 당시 많은 욕을 먹었지만 짓고 난 후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친 건축이 둘 있다. 하나는 에펠탑이고, 나머지 하나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다. 한국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마찬가지다. 멋진 외형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많은 욕을 먹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낙수장 이야기에서 물소리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단 작은 컷 하나는 이 만화가 조금 비딱한 시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컷들이 자주 나오면서 단순히 열광과 칭찬만으로 가득한 책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빛 이야기를 보면서 낯익은 조명기구가 누구의 작품인지. 왜 그것이 유행했는지. 그 후예들이 어떤 것인지 등으로 생각이 뻗쳐나갔다.

 

한 번도 콩코드가 에펠탑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국과 합작으로 만든 비행기이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이 비행기를 보았을 때 감탄한 것은 기억난다. 2차 대전 당시 전투기에 대한 것은 사실 잘 모르겠다. 오히려 SF영화 속 우주선에 더 관심이 많다. 나의 취향이 그 쪽에 더 맞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덤고 있다.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현대 포니의 디자이너가 조르제토 주지아로란 사실이다. 그때는 참 멋없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안목이란 정말. 한때 열광했던 자동차들의 디자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등은 또 다른 재미다.

 

그림이 사라지고 글자만 가득한 ‘P.S 디자인’은 작가의 고찰이 담겨 있다. 재밌는 에세이도 있고,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글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을 시대와 함께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이 부분을 다시 정독하고 앞의 만화를 보고 싶다. 2권이 나왔는데 솔직히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 밀린 책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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