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많은 책들이 재간되어 나오고 있다. 집에 읽지 않고 고이 모셔둔 많은 책들이 새롭게 출간되어 다시 유혹한다. 물론 재간인지 모르고 덜컥 산 책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우연히 책 정보를 검색하다 알게 되는데 이때마다 다른 책을 살 걸 하고 아쉬워한다. 만약 나에게 특정 작품이나 작가의 다른 판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면 다르겠지만 현실에서는 없다. 이 소설도 다른 출판사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다. 가끔 개정판들의 표지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표지 디자인의 변화를 살짝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란 제목이 그렇게 만든다. 고양이와 함께 한 여행 리포트로 해석할 수도 있고, 고양이가 한 여행 리포트로도 가능하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 것은 둘 다 일 것이다. 물론 이야기를 읽다 보면 후자의 이미지가 점점 강해지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이 소설 속에서 고양이는 관찰자이자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첫 문장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문장이란 점도 재밌다. 아직 그 소설을 읽지 않아 이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토루와 나나의 여행은 추억 여행이다. 각 보고서마다 사토루의 연령별 친구들을 만나는데 이것이 사토루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초등학교 친구 고스케, 중학교 친구 요시미네, 고등학교 친구 스기와 치카코 등으로 이어진다. 이 성장 과정은 사토루만의 것이 아니다. 그와 만난 친구들의 그 시절 모습도 같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마리의 중요한 고양이가 등장한다. 바로 하치다. 사토루가 고양이 이름을 지을 때 하치는 한자의 팔자와 닮아서 지었고, 같이 여행하는 나나는 꼬리의 모양이 칠과 닮았다. 작명 센스가 아주 평범하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도 바로 어린 시절 추억과 관계 있다.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이야기꾼의 재능을 보여준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그 실력이 발휘된다. 고양이와 함께 여행하는 이유가 나나를 맡기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나를 맡길 마음이 없다. 어린 시절 키운 하치를 부모님의 죽음으로 다른 친척에게 위탁할 수밖에 없었고, 이 이별의 아픔이 하치의 죽을 때까지 이어진 기억이 있다. 이 아픔은 어느 날 길고양이였던 나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나나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함께 한다. 이렇게 조용히 작가는 이야기의 탑을 조금씩 쌓아간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 탑 쌓기의 하나다. 이 탑은 결국 왜 이런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끝자락에는 큰 아픔과 슬픔이 있다.

 

사토루가 친구들을 만날 때 그 친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작은 아픔을 조금씩 씻어낸다. 고스케는 고양이 사진으로 떨어져 있던 아내와 다시 연결되고, 요시미네는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얻는다. 스기는 사토루에 대한 작은 열등감을 덜어낸다. 작가는 이 과정을 과거의 기억과 함께 풀어낸다. 이때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나나가 한다. 이 귀여운 고양이 나나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된다. 개와 고양이를 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편견도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나의 존재가 가진 힘이다. 앞부분에 왜 그가 나나를 맡기려고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가 조금씩 밝혀진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다른 하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모 노리코가 왜 그렇게 이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가 왜 그를 맡으려고 했는지 등이 나오면서 감동은 여운으로 잔잔히 이어진다. 사토루가 나나에게 큰 힘을 얻고, 나나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노리코가 나나에게 적응하는 과정 등은 간결하지만 묵직한 울림과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다. 다시 모인 사토루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봤는데 괜히 그가 부러웠다. 이것은 작은 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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