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써니 사이드 업 ㅣ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보물창고의 Wow 그래픽노블 시리즈다. 최근 재밌게 읽고 있는 그래픽노블 시리즈다. 한때는 그래픽노블하면 마블이나 DC코믹스 등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장르의 그래픽노블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아마 더 빨리 알았다면 더 많은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에 대한 시야도 더 넓어졌을 것 같다. 아직 읽지 않은 이 시리즈 중 몇 권은 천천히 구해 읽어볼 예정이다. 늘 그렇듯이 이 예정은 언제일지 알 수 없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다. 써니는 홀로 비행기를 타고 할아버지가 사는 마이애미로 온다. 은퇴자들을 위한 시설인 파인 팜즈에 그는 살고 있다, 이 파인 팜즈는 55세 이상의 은퇴자만 살 수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아주 한창인 나이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 열 살 소녀 써니가 마이애미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올랜도의 디즈니랜드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그곳을 갈 일은 없다. 더불어 파인 팜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을이다.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노인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일상이 반복된다. 할아버지에게 어마어마한 계획도 소녀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써니의 원래 여름 계획은 친구와 바닷가에 가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작가는 이 문제와 현재의 시간을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간다. 과거의 시간은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감을 계속 고조시킨다. 나의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과 다른 결과라 조금 놀랐지만 어쩌면 마약 문제는 내 예상보다 가족들에게 더 큰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오면서 써니의 멋진 여름 계획은 사라지고 가족의 문제가 더 커진다. 간결한 그림체와 대화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써니의 고민 속으로 다가간다.
노인들과의 밋밋한 삶에 변화가 오는 것은 관리인 아들 버즈와의 만남이다. 또래를 만난다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버즈는 써니를 만화의 세계로 이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캐릭터들이 그녀의 세계 속으로 들어온다. 배트맨, 헐크, 스파이더맨 등. 이 만화 속 히어로는 어쩌면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릴지 모른다. 히어로 캐릭터의 사연과 활약 등은 자연스럽게 써니의 문제와 엮이고 왜 홀로 그녀가 할아버지의 실버타운에 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이것을 천천히 조금씩 보여주면서 일상 속에 가려진 아픔을 한순간에 폭발시킨다.
버즈와 함께 한 시간들은 작은 모험과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다. 할머니들의 사라진 고양이를 참치 캔으로 찾아주면서 돈을 번다. 1달러가 10센트로 떨어질 때 이들의 표정과 마음은 아주 현실적이다. 소녀의 성장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그 작은 시작 중 하나는 할아버지가 써니를 위해 준비한 침대 의자의 불편함이다. 오빠의 문제를 밖으로 표현하면서 그녀는 가슴 속에 담고 있던 아픔과 고통을 조금씩 덜어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원했던 바로 그곳으로의 여행이 펼쳐진다. 이렇게 이야기는 자극적인 뭔가를 위해 특별한 반전이나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일상과 일상의 연결, 그 사이에 벌어지는 작은 일들을 간결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