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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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5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오랜만에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읽었다. 한때 즐겨 읽었던 문학상인데 어느 순간 뜸했다. 권위 있는 문학상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고, 위시리스트 상위에 올라간다. 그렇다고 꼭 읽는 것은 아니다. 쌓여가는 책이 많아질수록 왠지 모르게 이런 문학상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최근에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아쿠타가와상은 최소 하나는 일치한다.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이 소설도 단숨에 읽었다. 분량도 적지만 가독성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책소개에 일본 사회의 어두운 이면으로 왕따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장면들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잔혹한 이지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문제다. 분명히 왕따 문제가 있는데 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위험한 순간도 있다. 이 소설은 이런 강도가 심해지는 순간과 이 순간을 바라보는 화자의 심리를 아주 잘 보여준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지메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느 선을 절대 넘어가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방심했다. 이런 생각들이 피해자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읽으면서 바로 깨닫지 못하지만 모두 읽은 지금은 그것이 더 분명해진다.

 

화자 아유무가 시골로 이사 온 것은 아버지의 전근 때문이다. 작은 마을이고, 전교생도 얼마 없다. 같은 학년은 모두 여섯 명이다. 이미 전학을 여러 번 경험한 아유무는 금방 이들과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기 전 목욕탕에서 동급생으로 보이는 친구를 본다. 맞자. 그가 바로 친구들 사이에 중심 역할을 하는 아키라다. 아키라는 화투를 이용해 모든 일을 결정한다. 처음에는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조작이다. 이 조작의 피해자는 미노루라는 친구다. 특별히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미노루는 늘 아키라 등과 함께 다닌다. 나쁜 일도, 무언가는 사는 것도 당첨되는 친구는 늘 미노루다.

 

이 미노루를 보면서 아유무는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작은 선의를 보여주지만 자신이 피해보는 것이 아니라면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는 순간 아유무의 방관은 이지메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 자신이 이지메라는 것을 알지만 딱 거기에서 생각과 행동이 멈춘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없다. 1년이 지나면 다시 도쿄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작가는 철저하게 아유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덕분에 가해자 아키라와 피해자 미노루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들의 생각이 한 번씩 드러나는데 눈길이 가는 것은 피해자 미노루의 표현이다. 자신이 작은 도움을 주었고, 아무런 이지메를 가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사실 이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다.

 

시대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키라가 좋아하는 여배우 이름으로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 정도로 추측할 수 있다. 이 당시 일본은 이지메 문제가 아주 심했다. 학교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희생자는 점점 늘어났던 시절로 기억한다. 이런 시기에 피해 학생이나 가해자가 아닌 방관자를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대부분의 시선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시선의 위치를 바꾸면서 우린 비겁한 변명을 지금껏 해왔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악의와 폭력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것을 알고도 방관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나의 삶을 돌아보면 나 또한 아유무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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