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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좋은 이유 - 내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들 ㅣ B의 순간
김선아 지음 / 미호 / 2019년 4월
평점 :
저자가 사랑한 취향의 공간 20곳을 다룬 에세이다. 읽으면서 내가 가본 곳이 있나 하고 세어보니 딱 네 곳이다. 그 중 한 곳은 들어가 보지 않은 곳이다. 바로 성수동 어니언이다. 아내가 빵을 사러 들어갈 때 밖에 주차를 하고 기다리고만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곳이냐고 다시 물으니 폐가 같다고 한다. 이전에는 상당히 특이하다고 한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것은 좋아하는 빵과 폐가 같은 분위기인 모양이다. 미아점이 있다고 하니 순간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아마 갈 일은 없겠지만 새로운 분점이 생기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에는 나도 한 번 들어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 곳의 장소 중 유일하게 자주 보는 장소가 별마당 도서관이다. 회사가 그 근처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자주 본다. 그곳을 지나가다 보면 늘 외국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처음 이 곳이 생겼을 때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책이 얼마나 사라질까 였다. 회사 동료들도 이런 걱정을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가운데 이벤트로 상징물이 가끔 바뀌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이유로 놀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첫 이야기에서 만났는데 그것은 별마당 도서관의 사진이 너무 별로로 나왔다는 것이다. 다른 공간들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아르코 예술극장·미술관은 한때 연극을 보기 위해 자주 간 곳이다. 요 몇 년 동안은 거의 갈일이 없었지만 다른 이름이라 조금 놀랐다. 만약 나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면 가보지 못한 장소일 것이다. 처음 이 건물을 보고, 지금도 그 견고한 모습만 이미지와 그곳에서 본 연극 몇 편만 기억에 남아 있다. 디자이너가 본 건축물과 관객이 본 이미지는 차이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우연히 토요일 늦은 시간에 한 번 들어가 본 곳이다. 재밌는 전시물과 조금 복잡한 구조 때문에 기억한다. 내부의 공간만 기억하고 있는데 바깥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봤다고 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 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 반드시 생긴다. 나의 경우는 뮤지엄 산과 카페 진정성 본점과 문화비축기지와 서울로 등이다. 이곳들의 특징들은 모두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이다. 카페 진정성 본점은 밀크티와 함께 아이와 뛰어놀 수 있을 것 같고, 나머지 세 곳은 신책 하듯이 걸을 수 있는 곳들이다. 나의 문화적 안목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내 나이가 좀더 어렸다면 TV에서도 본 커피 한약방이나 명동 근처 피크닉, 성수동 오르에르, 한남동 옹느세자메, 오랑오랑 등도 필수 코스 중 한 곳이 되었을 것이다. 걸으면서 누군가와 만나 이런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색다른 재미외 기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인테리어나 설계 등은 단순한 참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밌는 것은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을 3곳이나 넣은 것이다. 서울에 사는 내가 자러 갈 일은 없을 곳들이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고, 서울의 경계를 넘어 외국은 이런 곳들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네스트 호텔은 호캉스로 하룻밤 보내고 싶다. 건대 커먼그라운드 글을 봤을 때 서울숲 앞에 있는 컨테이너 상점 거리가 떠올랐다. 잠깐 착각도 했다. 더 넓은 부지와 다양한 연출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퀸마마마켓 등은 왠지 모르게 크게 끌리지 않는다. 실제 가게 되면 멋지다고 감탄할지 모르지만 나의 취향과는 조금 떨어져있다. 선농단은 왠지 큰 감흥이 없다. 왜일까?
좋은 공간을 사진 찍고 건축가의 감상과 설명을 달았는데 이 설명들보다 감상에 더 눈이 간다. 설명은 내가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감상은 나의 감상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공간에 대한 설명에서 받은 감상이 아이와 함께 가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건축을 설명해준다고 하지만 소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함께 실린 사진들은 앞에서 말했듯이 그 원래 모습을 충실히 책 속에서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선택한 스무 곳은 서울이나 서울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할만한 곳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