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란 기차
한돌 지음 / 열림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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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대중 가요의 원작자이자 가수인 한돌의 첫 에세이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그가 약 8년 여 간 다섯 번에 걸쳐 오갔던 백두산 여정에 대한 기록했다는 설명에 혹했다. 몇 문장을 읽은 후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은 내 예상과 조금 달랐다. 최대한 외래어를 배제한 문장들은 읽기 불편함이 없고, 가독성이 좋은 편이지만 그 속에 담긴 몇 가지 용어는 낯설었다. 특히 타래라는 단어는 오늘 작가를 검색한 후 알게 되었다. 포크를 그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읽을 때 찾아봤다거나 주석이 달렸다면 좋았을 텐데. 혹시 있었는데 놓쳤다면 나의 실수다.

 

1부를 읽을 때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어 전체 구성이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2부로 가면서 바뀌었다. 여러 차례 백두산을 방문한 그의 기록은 그의 원대한 욕심이 바닥에 깔려있다. 겨레를 아우르는 아리랑을 캐겠다는 욕심이다. 처음에는 원대한 포부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욕심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산에서 캐었다고 했던 그 순수한 마음이 조금씩 욕심으로 바뀐 것이다. 그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 40대에 국토를 종단하기도 했다. 이때 그를 돌봐준 학생의 순수함과 그의 의지는 읽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었다. 뭐 집에 돌아와 마신 시원한 맥주 한 캔에 금방 무너진 의지이기는 하지만.

 

그가 만주 벌판을 돌고, 백두산을 올라간 여정을 들여다보면 흔한 관광 일정과 다르다. 낡은 차를 타고 다른 동료와 함께 두만강을 돌던 장면은 이제는 아주 낯선, 혹은 무서운 장면이 되었다. 강 하나를 두고 인사를 건네고, 강을 건너 먹을 것을 구하던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어떤 중국 마을에서는 그가 찍은 사진이 문제되어 필름을 다 뺏기기도 했다. 도둑질을 했다고 총살당하고, 총알 값을 그 가족에게 청구하는 모습은 거대한 문화 차이를 겪게 만든다. 그것을 비록 이전에 어딘가에 얼핏 읽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중국과 비교하면 작가가 여행하던 시절은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상해를 방문했을 때와 작년에 방문했을 때는 10년도 되지 않는데 도로와 사람들의 모습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다룰 만큼의 시간 흐름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시 방문한 도시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은 고개를 끄덕인다. 몇 년 전 다큐로 본 동북3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화려하게 발달한 도시와 다른 한적함과 투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이 에세이에서 지엽적인 것들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요정처럼 자신 곁에 있던 타래가 떠남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장면들은 소설처럼 그려진다. 타래의 시점으로 자신을 보는 장면들은 또 다른 욕심의 파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월남한 아버지가 북에 남겨놓은 형제들을 그리워하고,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80년대 한국을 뒤흔든 이산가족 찾기가 떠올랐고, 이 모든 만남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눈길이 가는 나의 못된 마음씨가 불편하다. 그가 백두산 여행에서 그 형제들을 그리워하고, 자신과 닮은 사진의 이력을 궁금해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결과가 분명치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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