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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 레슨
클레어 풀러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결혼 생활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서 그렇게 화목해 보일 수 없던 연예인 부부가 어느 날 놀랍게도 이혼을 한다. 그들은 윈도우 부부였다. 이런 경우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밖에서 보는 부부의 삶은 그들이 보여주길 바라는 삶일 뿐이다. 그래서 그 꺼풀을 한 겹 벗겨내면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이런 삶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우리 주변에는 가득하다. 이 소설도 그렇다. 유명 작가의 아내가 수영을 하러 갔다가 사라졌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12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남편이 죽은 아내를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길 콜먼이 서점 2층에서 죽은 아내를 보고 따라가다 다친다. 이 사고 때문에 딸 낸과 플로라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다. 현재 시간 속에 콜먼 가족들의 삶이 펼쳐진다면 다른 한 편에서는 죽은 잉그리드가 새벽에 쓴 편지가 하나씩 드러난다.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이 편지에는 숨겨진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과 잉그리드의 만남과 연애, 임신, 결혼, 출산, 육아, 유산 등으로 이어진다. 행복할 것 같아 보였던 가족의 이면이 드러날 때 하나의 물음이 생긴다. 왜 이혼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다시 이혼해도 이상할 것 없는 부부들의 삶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플로라는 아버지 길을 좋아한다. 그녀는 자신이 길 콜먼의 딸이란 사실을 숨기고 남자들을 만난다. 서점 직원들이라면 더욱. 언니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서점 직원 리처드란 남자와 육체적 관계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성을 알기에 아버지 이름이 알려졌을 때 그 유명한 작가의 딸이란 사실을 바로 안다. 이 소설의 한 축은 바로 플로라가 옛집 스위밍 파빌리온에서 병든 아버지를 만나고, 기억을 더듬고,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추억은 엄마가 남긴 편지와 너무나도 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이 추억이 잉그리드가 남긴 편지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존재하는 윤리의 벽은 이 둘의 결합을 결코 축복해주지 않는다. 교수였던 길은 잘리고, 잉그리드는 불과 몇 주를 남긴 채 학위를 받지 못한다. 학교에 나쁜 소문이 나는 걸 막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길이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면 생활에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장편 두 편을 낸 작가일 뿐이다. 그렇다고 강한 생활력을 가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만약 임신이 아니라면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길은 여섯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잉그리드는 임신 전에는 여성의 자립과 세계 여행을 꿈꾸었다. 출산과 육아는 이 꿈을 산산조각 내었다. 길은 단편을 팔면 그 돈으로 여행을 하고, 현실의 만족을 위해 살아간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집으로 여자를 불러 섹스를 탐닉한다. 외국 여행지에서 임신한 아내를 둔 채 다른 여자를 만난다.
잉그리드가 편지 끝에 남편 길이 어디 있는지 물었을 때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란 핑계로 서재에 틀어박혀도, 런던으로 떠나 있어도 글쓰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러난 진실은 다른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참으면서 살 가치가 있는 것일까? 1980년대 영국이 그 정도의 나라였을까? 의문이 생긴다. 그러다 또 아이가 생기고, 유산을 하고, 결국에는 낙태까지 한다. 그녀가 딸들을 볼 때 충만한 사랑을 담고 있지는 않다. 자신의 최소한 역할을 할 뿐이다. 아마 사회에서 만든 모성애와 의무감이 더 큰 동력이었을 것이다. 이혼이 해결책인 것처럼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는 이 또한 많은 시선과 문제를 안고 있다.
플로라가 생각한 부모님의 모습은 현실과 다르다. 이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언니 낸이 한다. 아버지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말해줄 때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가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달려갈 때, 아빠가 엄마의 환상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아빠가 리처드에게 자신이 산 모든 헌책을 태워달라고 한 것에 불만을 토로할 때 그 책들 속에 숨겨진 편지들이 생각났다. 길은 자신이 헌책에서 발견한 메모나 낙서들처럼 아내의 편지가 발견되길 바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책이 온전히 자신의 생각으로 쓴 것이 아니란 사실이 알려지길 두려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소설은 의문과 추측과 여운으로 가득하다. 물론 명확한 사실들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에필로그 장면은 이런 의혹을 더 부채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