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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
윈스턴 그룸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1994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당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영화의 성공은 원작 소설의 번역 출간으로 이어지는데 실제 이 소설도 그랬다. 지금 검색하면 그 당시 번역본 정보가 없는데 역자 후기를 보면 재출간된 정보가 나온다. 좋은 작품이 다시 나와서 좋은데 이 작품이 다시 출간될 이슈가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엄청난 성공이 이런 종류의 소설을 발굴하고, 출간한 것 정도만 예상할 수 있다. 덕분에 영화의 이미지가 퇴색한 것과 맞물려 원작을 좀더 잘 즐길 수 있었다.
사실 포레스트 검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검프가 오랫동안 달리는 장면이다. 이 책의 표지가 영화의 이미지에서 빌린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퇴색한 기억 속에서 꾸준히 떠오른 것은 역시 달리기였다. 그의 달리기에 의미를 부여한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원작 소설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다. 백치로 불리지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그는 버스 등을 타고 움직인다. 원작 그대로 만들 이유는 없지만 모두 읽은 지금은 조금 아쉽다. 너무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었기에 당연히 원작에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원작과 영화가 맞지 않는 부분을 찾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기억이 퇴색한 현재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영화를 보고 하나씩 되짚어보면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이 둘은 분리된다. 아마 영화를 다시 보면 원작의 내용을 내가 제대로 떠올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의 저질 기억력을 생각하면 이것은 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극적으로 만들어졌고,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삭제했다는 것이다. 원작과 다른 마무리란 점도. 어떤 부분에서는 영화가 너무 순화하면서 원작의 독특한 맛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드는 장면도 있다. 아마 이것은 개인의 취향 탓일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키는 198센티미터이고, 몸무게는 110킬로그램이다. 이런 몸을 보고 미식 축구부 코치가 그냥 넘어갈 이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포레스트가 작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매우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백치이다 보니 학업 성적이 좋지 않다. 그래서 대학 진학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코치가 그를 그의 팀에 넣는다. 큰 덩치와 빠른 발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만 우승으로까지 이끌지는 못한다. 낮은 학업 성적은 그를 대학에서 떠나게 만든다. 비록 수학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도.
백치라 징병되지 않았던 그가 군대에 가고, 월남전에 참여하고, 군 탁구대회 우승으로 중국까지 간다. 그곳에서 마오 주석의 목숨을 구하는데 이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는 과정도 황당하지만 추락한 이후 그가 경험한 아프리카 생활은 더 황당하다. 작가의 시각이 너무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돌아온 미국에서 그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그 필생의 여인인 제니를 만나는 것이다. 사실 그의 삶에서 제니는 여성의 원형이자 이상향이다. 많은 남자에게 실망한 제니가 포레스트의 연인이 되었지만 마약과 그를 탐하는 여자 때문에 헤어진다. 이것은 다시 재회했을 때 또 다른 탐욕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백치라고 말하는 그는 순수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욕망과 욕심이 그를 뒤흔든 것이다.
포레스트의 삶은 바르다. 하지만 그의 주변은 현실의 욕망으로 휘몰아친다. 그의 이름이 높아지면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있다. 미식 축구부도, 베트남 전쟁도, 아프리카 귀환도, 레슬링도, 성공한 사업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후 그가 아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모습은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백치라고 무시한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을 생각하면 더 대단하다. 좌충우돌하고, 황당한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그 가운데 우뚝 선 포레스트 검프는 읽는 내내 나를 돌아보고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모험을 했기 때문이다. 원작을 다 읽은 지금 영화가 다시 보고 싶고, 영화와 다른 이미지가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