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대어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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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간단하다. 2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연쇄살인범의 아내란 설정 때문이다. 2년 간 잠들었는데 기억은 4년이 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남편은 연쇄살인마로 추정될 뿐이다.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 부부는 추락 사고로 혼수상태다. 프롤로그는 이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시선이다. 연쇄살인마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가 서늘하게 다가올 즈음이면 시간 속에 일상으로 자리잡은 반복이 그 감각을 무디게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입부가 지나면 이서린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그것도 2년 만에.

 

아내와 이혼한 형사 지성의 간단한 가정사가 등장한다. 지곡동 연쇄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다. 수사 도중에 이들 부부가 추락 사고를 겪은 것이다. 3명이나 죽었고, 한태현은 용의자일 뿐이다. 형사의 활약을 쉽게 기대할 수 있는데 실제 이 소설에서 형사의 비중이 거의 없다. 형사의 끈기나 촉을 앞세운 활약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태현의 동생 정호가 나온다. 거짓말을 못하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 2년 동안 병실 생활로 근력이 떨어진 이서린의 간단한 재활 후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인물이 그다. 그녀를 돌보기 위해 여친 희주를 데리고 온다. 그런데 이 희주란 여성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여기에 한 명 더 등장시킨다. 강윤성이란 인물이다. 누군가가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이서린이 집에 왔다는 사실을 안다. 그의 형 준성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고, 자해를 한다. 그리고 준성이 연쇄살인사건의 첫 피해자의 남자 친구라고 말한다. 뭐지? 이 형제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특히 동생 윤성의 정체가. 이렇게 이 간단한 소품 속에 용의자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세운 몇 가지 가능성들이 복잡하게 엮인다. 2년간 혼수상태였다가 그 앞 2년간 기억을 잊은 이서린의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단서를 품고 있을까? 그런데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은 분명하지 않다.

 

가능성 있는 인물들의 등장은 기존 스릴러 방식으로 추리를 하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 인물을 깊이 파고들어 서늘함을 자아내기보다 다양한 인물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이 사연들이 앞으로 나와 입체감을 구성하고, 다른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실체를 가져야 하는데 왠지 뚝 끊어진 느낌이다. 이서린의 기억 상실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관계들은 또 다른 폭발력을 만들지 못한다. 많지 않은 분량 속에 다른 인물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 어떻게 보면 윤성의 존재가, 그의 실체가, 행동이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그 어설픔이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해도 소설 속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희주의 과거가 풀려나오고, 또 다른 비극적 사건들이 나열되는 장면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준다. 법이란 것이 얼마나 가진 자의 편인지, 대중의 일시적 호기심이 만들어낸 몰카의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 악의를 사회에 퍼트린 인물이 느끼는 희열과 중독성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들어갔다면 또 하나의 역작이 되었겠지만 살짝 만지는 선에 머문다. 어쩌면 너무 현실적인 행동이라 긴장감이 덜한지도 모르겠다. 문자를 그대로 믿고 너무 쉽게 낯선 곳으로 갔기에. 분량을 더 늘여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면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쉽게 빠져들고, 공감하고, 서늘함을 더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다가온 느낌은 아쉬움과 부족함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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