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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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고층아파트에서 한 남자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의 이름은 김민규, 직업은 변호사다. 진짜 직업은 설계자다. 설계자들은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그것을 유야무야로 만든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선배 변호사 우진이다. 그가 나서야 하는 사건이 생긴 것이다. 장면이 바뀌면서 사설 도박장에서 도박에 몰입하는 사람이 나온다. 조재명 형사다. 끝발을 바라지만 현실은 빚만 수억 진다. 이 도박장의 뒷배는 일개 형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돈을 만들지 못하면 그의 장기들이 팔려나갈 것이다. 이때 전화 한 통이 온다. 그의 정보원이 놀라운 사건 이야기를 한다. 잘만하면 빚을 모두 갚고도 남을 것 같다.

 

삼성역 사거리에 위치한 신설 카르멘 호텔의 고층 펜트하우스에서 10명의 남녀가 죽은 채 발견된다. 남자들은 상위 0.1%이고, 비밀리에 조직한 멤버쉽 회원들이다. 여자들은 콜걸들이다. 만약 이것이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소문도 나지 않아야 한다. 보통의 부자들이라면 조금더 쉬울 텐데 그 중 한 명이 유명 아이돌 몽키다. 이런 일에 최적화된 인물이 바로 설계자 민규다. 국내 최대 로펌에서 일하지만 그의 일은 일반 변호사들과 다르다. 바로 이런 문제거리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이다. 열 개의 죽음을 각각 처리하고,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게 서류를 만들고, 관련자들의 입을 막는다.

 

재명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가 아니다. 불법 도박을 하고, 정보원을 통해 얻은 정보로 돈을 번다. 이런 대형 사건을 알고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민규를 만나고, 우진을 통해 그의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 어마어마한 사건이 어떻게 조용히 처리되는지, 어둠속으로 묻히는지 민규를 따라가다보면 잘 드러난다. 그러다 콜걸들을 통해 한 여자를 알게 된다. 바로 정혜주다. 몽키가 유난히 좋아했다는 그녀. 그녀를 찾아간 곳에서 마약에 빠져 혼음 속을 헤매는 연예인을 비롯한 사람들을 본다. 혜주를 찾지만 그녀에게는 포주가 있다. 검은 개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엄철우다. 그런데 엄철우는 공식 서류 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재명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몽키의 실제 아버지인 강남 부동산 재벌 민경식이다. 그는 아들의 복수를 원한다. 재명이 도박을 한 하우스의 실제 주인이 그다. 빚 탕감을 약속하고 범인을 잡으라고 한다. 그가 가진 정보를 정보원에게 던져주고, 용의자를 찾는다. 그가 바로 검은 개들의 왕인 엄철우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각에서 시작하여 한 인물로 이어지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럽고 비열하고 추악하고 잔인한 장면과 어둠 속에서 이 사건의 설계를 의뢰했던 사람의 그림자가 조금씩 비춰진다.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참혹한 액션이나 공포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그속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작가는 강남이란 지역을 욕망의 용광로이자 매혹적인 장소로 설정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강남 와서 좋다고 한 사람의 반응을 보면 늘 출근하는 나에게는 낯선 감정이다. 높은 고층 건물과 엄청난 집값이나 임대료는 나 같은 서민에게 해당되지 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자신의 원초적인 욕망을 충족시켜줄 대상만 있다면 자신의 돈과 권력을 언제나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 현실에서 버닝썬이나 김학의 사건으로 이런 문제의 일부가 알려지지 않았는가.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사건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한정적인지 알기에 결코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아니라고? 글쎄.

 

설계자와 형사라는 두 직업이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는지 보여주는 과정 속에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감각이 무뎌지는 순간도 있다. 이야기는 일반 스릴러에서 예상할 수 있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간다. 설계자를 고용한 사람(들)은 이 문제가 조용히 처리되길 원한다. 이 조용함을 넘어선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하나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강남과 욕망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는데 어느 부분은 공감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아는 강남과 너무 다른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천민자본주의란 용어가 나오는데 정말 그대로다. 돈이, 권력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곳이 강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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